한국일보

‘아우슈비츠 판결’ (Verdict on Auschwitz)

2007-0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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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수용소 나치만행 재판

수감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 3시간

‘프랑크푸르트 아우슈비츠 재판 1963~1965’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록 영화는 나치가 유대인과 러시아군 포로들을 대량 학살한 폴란드의 악명 높은 수용소 아우슈비츠에서 근무한 22명의 친위대(SS) 장교들에 대한 재판을 다룬 것이다.
1993년 독일 TV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상영시간 3시간인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나치의 비인간적 만행과 잔인성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근 2년에 걸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 재판과정을 녹음한 430시간짜리 오디오테입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특이한 것은 두 감독 롤프 비켈과 디트릭 바그너가 테입에서 흘러나오는 피고들과 수용소에 수감됐던 증인들의 목소리를 따라 수용소의 밖과 안을 보여주면서 영화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다.
여기서 보는 장면들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나치의 꼼꼼한 온갖 기록과 그 위로 흐르는 생존자들의 고뇌와 슬픔에 찬 음성을 들으면서 또 한번 나치 만행의 공포를 실감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인류에 대한 죄악을 저지른 나치에 대한 단죄 외에도 독일이 전후 끊임없이 과거를 속죄하고 청산하려는 노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권할 만한 좋은 영화다. 영화는 (1)조사 (2)재판 (3)판결 등 3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카메라가 빈 법정 안으로 들어가면서 재판장의 재판 개정 음성에 이어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 죽음의 캠프의 상상하기 어려운 혹독한 일상을 설명하는 음성이 들려온다. 그리고 재판을 보도하는 신문의 타이틀과 함께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의 모습이 비쳐진다.
감독들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록필름과 사진들로 설명하면서 나치가 집권하기 전 SS의 조직과정과 재판 후 검사들과의 인터뷰도 보여주고 있다.
SS의 학살기록과 사진과 함께 들려오는 얼굴 없는 생존자들의 음성이 보는 사람에게 충격과 고통을 준다. 피고들은 하나 같이 아무 것도 모르고 못 봤다고 오리발을 내미나 모두 유죄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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