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시베리아드’

2007-0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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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대사 60년 다룬 대하서사극
프롤레타리아·부르좌 갈등과 대타협

러시아의 명장으로 한때 미국에서도 활약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대하 서사극으로 197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1982년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당초 길이에서 무려 1시간 이상이 잘려져 나간 것을 이번에 260분짜리 원상 복원해 키노(Kino)에서 DVD로 출시했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에서부터 시작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러시아의 현대화에 이르기까지 60여년의 역사를 다룬 정열적이요 야심적인 러시아 정신의 탐구다. 프롤레타리아 가족과 부르좌 가족의 이야기를 교차해 가며 서로 상반된 사상을 지닌 이들이 세월의 물결을 타고 가면서 겪는 갈등과 타협과 협동 그리고 사랑을 커다랗게 그린 명작이다.
생존투쟁과 조국애로 서로 묶여진 두 가족의 역사를 통해 러시아인들의 진화를 살펴 본 걸작으로 러시아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서사극의 범주를 초월, 러시아의 집단정신을 철학적이요 시적으로 탐구했는데 특히 시베리아의 광야와 삼림 그리고 늪지대 등을 찍은 촬영은 그 자체 하나로 취토록 황홀한 우주를 형성하고 있다.
통렬한 멜로드라마이자 시베리아라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파고든 ‘시베리아의 일리아드’인 영화의 무대는 강과 원시림 가에 있는 언덕 위의 마을 엘란. 우츠유자닌 가족은 자유로운 혼을 지닌 노동자 계급이요 솔로민 가족은 장사로 돈을 번 부르좌 계급.
교도소에서 탈출한 테러리스트가 엘란에 숨어들어 우츠유자닌 가족의 젊은 아파나시에게 계급투쟁의식을 불어 넣어준다. 아파나시는 성인이 되면서 솔로민 가족의 꽃인 예쁜 딸 아나스타시아와 함께 마을을 탈출, 혁명군에 가입한다. 이로 인해 두 가문은 철천지원수가 된다. 그리고 두 가족의 구성원들이 세대를 거쳐 서로 연결되는 얘기가 70년간 이어진다. 서정적이요 풍요로운 이미지와 스케일 방대한 영화로 자세한 플롯들로 수를 놓는 듯한 이야기는 끝에 가서 한 폭의 눈부신 그림으로 완성된다. 3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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