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후루룩, 커~ ‘오뎅 국물 한 잔의 행복’

2007-01-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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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국 집에서 끓이기

겨울철 하면 생각나는 음식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오뎅이다.
한국의 추운 겨울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사먹던 따끈따끈한 꼬치 오뎅과 구수한 국물은 꽁꽁 얼어붙었던 가슴 속까지 훈훈하게 만들어 주던 별미 중의 별미였었다. 매콤한 떡볶이를 먹든, 짭짤한 순대를 먹든, 잘 말린 김밥을 맛보든지 꼬치 오뎅과 국물은 반드시 곁들여 먹어야만 하는 약방의 감초역도 해낸다. 특히 꼬치 오뎅은 하나씩 빼 먹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포장마차에 들어서자마자 서너 꼬치는 기본으로 해 치웠었다. ‘포장마차 표’ 오뎅 국물은 어떻게 한결같이 구수하고 맛있는지 늘 신기하기만 했다.
남가주 한인들에게도 오뎅은 남다른 향수로 다가온다. 한국과 같이 매서운 한파는 없지만 출퇴근 길, 등하교 길 친구가 되어주었던 따끈한 오뎅과 종이컵에 담겨지는 오뎅 국물은 한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잊지 못할 그리운 맛으로 군침을 자극한다. 이를 반영하듯 한인타운 최장 역사를 자랑하는 ‘강남회관’과 징기스칸 샤부샤부 전문점 ‘진상’ 등 각종 유명식당과 주점들도 추억의 오뎅 요리를 내세워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1984년부터 겨울철에만 오뎅 요리를 내놓고 있는 강남회관의 이상헌 사장은 ‘강남식 오뎅요리’의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강남회관이 선보이는 오뎅요리는 알래스카에서 직접 공수한 재료를 오뎅회사에 특별 제작 주문해 만든 오뎅 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다섯 가지 야채와 멸치, 다시마를 듬뿍 넣고 우려낸 국물로 하루 종일 끓여내 구수하면서 그윽한 맛을 내게 한다. 이상헌 사장은 “쫄깃한 오뎅과 그윽한 국물 맛을 못 잊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속을 확 풀어주는 오뎅 국물은 해장용으로도 최고”라고 자랑했다.
오뎅요리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친지들과 둘러 앉아 먹으면 가족 간의 친근감을 더해줄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십개의 오뎅을 한꺼번에 넣고 하루 종일 우려내는 전문 식당의 ‘그윽하고 깊은 맛’을 집에서 연출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 멸치국물을 넉넉하게 만들어 놓고, 2-3일정도 상하지 않도록 냉장보관 하다 먹을 때 마다 오뎅을 추가해가며 끓여내면 맛이 점점 더 진해지면서 깊은 맛이 나는데, 수고스럽더라도 이렇게 하면 추억의 ‘그 맛’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간은 처음부터 너무 짜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처음에는 간이 싱거울 정도로 국물을 넉넉히 붓고 불을 세게 해서 끓이지만, 일단 끓어오른 후엔 불을 약하게 해서 맛이 우러나오도록 천천히 끓여야 한다.
강남회관의 비법 중 하나는 오뎅 국물을 만든 다음 오뎅을 별도의 그릇으로 찐후 국물과 함께 서빙하는 것. 오뎅의 맛을 그대로 살아남아 국물과 오뎅의 참맛을 동시에 즐기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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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회관은 겨울철을 맞아 추억의 오뎅요리를 선보인다>


■이렇게 끓여보세요

▲재료: 어묵 300g, 곤약 1/2모, 은행 20개, 달걀 2개, 무 200g, 다시마 15cm길이, 멸치 10g, 진간장 2큰술, 소금 1작은술, 조미용 술 1큰술,
▲만들기: 냄비에 물 3컵과 조미용 술 1큰술을 붓고 다시마와 멸치를 넣고 끓인다. 다시마가 떠오르면 건져낸 후 5분 정도 더 끓이고 거즈에 장국을 부어 멸치를 받쳐 낸다. 건저 낸 다시마는 폭 1.5cm로 썰어 한번 묶는다. 무는 2인치 두께로 둥글 썰기하고 다시 4등분해 다른 냄비에 살짝 부드러워질 정도로 삶아 낸다.
소금을 조금 넣은 찬물에 달걀을 넣고 끓을 때까지 굴리면서 삶는다. 곤약은 삶아서 찬물에 헹군 뒤 약 2인치 폭으로 얇게 썰어 가운데에 칼집을 넣고 한번 뒤집어 리번 모양을 만든다. 은행은 기름을 두른 팬을 달군 다음 살짝 볶아서 속껍질을 벗기고, 작은 꼬치에 3개씩 꿴다. 어묵은 끓는 물을 끼얹어 기름을 한 벗 씻어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모양이 다른 어묵을 번갈아 가며 긴 꼬치에 5개 정도 꿴다.
냄비에 모든 재료를 다 넣고 불을 세게 해서 끓이다가 한 번 끓은 후엔 불을 약하게 한 뒤 맛이 우러나도록 천천히 오래 끓인다. 소금과 진간장으로 간한 뒤 겨자와 간장을 섞은 겨자 장을 곁들여 서브한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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