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도나에서 온 편지 겨울

2007-01-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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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곳 세도나도 겨울에는 비교적 한산하다. 다운타운 거리도, 산책로도, 갤러리와 카페도 크게 붐비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하늘은 쾌청하고, 바위는 붉고, 태양은 빛난다. 석양의 하늘은 경외감을 선물하고, 밤이면 코요테가 길게 울고, 별은 여름밤 못지않게 총총하다.
재충전을 위해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겨울의 세도나만 한 곳이 없다. 기가 뿜어져 나오는 볼텍스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가슴이 툭 트이고 숨이 절로 가벼워진다. 종처럼 생긴 벨락(Bell Rock) 중턱에 서서 눈앞에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기운이 들어찬다.
석양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대성당바위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왜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았나 싶고, 마음이 절로 너그러워진다.
이곳 세도나의 붉은 땅을 딛고서 있으면 마음의 눈이 자꾸 안쪽을 향한다. 왠지 하늘을 더 자주 올려다보아야 할 것 같고, 비겁하게 대충 살아서는 안 될 것 같고, 마음이 한없이 착해지려 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혹은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 살아난다. 그래서 세도나를 소울 서칭(Soul Searching)의 땅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이곳에 오면 “세도나는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영혼은 그보다 더욱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세도나의 겨울이 고즈넉한 것만은 아니다. 다이내믹한 경험을 원한다면 지천으로 널려 있는 산악자전거 트레일을 달려도 좋고, 세도나에서 한 시간 미만 거리에 있는 플래그스탭의 스노우볼에서 마음껏 스키를 탈 수도 있다.
통유리 창 너머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붉은 바위를 바라보며, 따뜻한 스파에 몸을 담그는 사치도 부려볼 만하다. 아름다운 트레일들을 한가로이 거닐며, 아무리 추워도 화씨 30도 밑으로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사막의 겨울을 만끽할 수 있다. 아주 운이 좋으면 붉은 바위와 푸른 향나무의 강렬한 원색 대비 위로 평화롭게 흩날리는 흰 눈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세도나에서 다섯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 당신이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 세도나에 온 사람이라면, 마고카페에서 내 친구 은미가 만들어주는 따뜻한 차를 함께 나누어도 좋겠다.
moh@hspub.com

오지영
(Body & Brain 잡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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