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어탕 ‘새해 기운 돋우는 보양식’

2007-0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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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쭉하고 담백한 국물

다사다난했던 연말이 지나고 정해년 새해를 맞이한 지 어느 덧 10일째. 희망찬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알 수 없는 피로가 몰려오고 으슬으슬 몸이 떨리는 등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각종 모임과 파티가 줄을 이었던 연말을 보내느라 영양보충에 소홀했던 가족들을 위해 새해에는 보양식을 준비해보자. 추운 날씨로 잔뜩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에 입맛 돋우고 기운을 주는 보양식으로 따끈한 추어탕만한 것이 없겠다.
추어탕은 이름에 ‘가을 추’자를 담고 있을 만큼 본래 가을 음식으로 알려졌다. 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가 봄부터 산란기를 맞아 겨울잠을 자기 직전인 가을이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겨울에는 먹이를 먹지 않고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살이 빠져 비교적 맛이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겨울철이야 말로 우리 몸이 보양식을 원하는 시기가 아닌가. 겨울철에 추어탕을 먹으면 각종 감기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으며 자칫 부족하기 쉬운 영양도 챙길 수 있다.
추어탕이 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예로부터 미꾸라지는 정력을 돋우어 주는 강장 식품으로 기력회복에 좋다고 알려졌다. 미꾸라지는 단지 80g만 섭취해도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칼슘 전량이, 비타민 B1은 1/2의 양이 섭취된다. 또한 우수한 단백질과 비타민 A, B, D가 풍부하다.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미꾸라지가 배를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원기를 보한다고 전해졌는데 어려운 시절 한국 어머니들은 동내 냇가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요리를 해 가족의 건강을 지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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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점 못지않은 추어탕 맛으로 유명한 한식당‘예예’의 김명희 사장이 추어탕을 서브하고 있다>


<한인타운내 추어탕 전문점>

호남식-영남식 조리법은 달라도
비린내 없는 고향의 맛 그대로

LA 한인타운에도 추어탕 요리를 전문적으로 내세운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식당은 전문점 못지않은 추어탕 맛으로 유명한 한식당‘예예’, 전라도식 음식 맛을 자랑하는‘남원골 추어탕’, 영남식과 호남식 두 가지 스타일의 추어탕을 선보이는‘친정집’, 추어탕을 새로운 간판메뉴로 내 건‘구포집’ 등으로, 고유의 레서피와 전통을 내세워 LA 추어탕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식당‘예예’
946 N. Western Ave. LA (323)465-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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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과 함께 흑미밥과 계란말이가 나오는 한식당‘예예’의 상차림>

웨스턴과 멜로즈 인근 청운 부페 옆에 자리 잡은 한식당‘예예’는 전문점 못지않은 담백하고 맛있는 추어탕으로 유명하다. 이 식당의 추어탕은 국물 맛이 진하지만 담백하면서 구수한 것이 특징인데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맛의 비결을 알려달라고 조르자 김명희 사장은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예예의 모든 음식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한국 워커힐 호텔 주방장 35년 경력의 남편 김기한씨로부터 전수받은 실력으로 만들어 내는데, 재래식으로 만든 천연 조미료가 사용되며 화학조미료는 일체 들어가지 않는다. 김씨 부부는 처음에는 생선조림 전문을 내걸고 식당을 시작했으나 고단한 이민생활에 지친 미주한인들에게 보양식을 선보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추어탕을 대표메뉴로 바꿨다. 지친 몸에 기운을 주는 예예의 추어탕은 타 지역에서 원정 오는 고객들이 늘어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예예의 또 다른 명물은 100% 자연 발효한 콩으로 삶아 만든 청국장인데 실내온도와 바깥 온도를 고려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만들기 때문에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매콤하면서 담백한 시골꽁치조림과 생선조림 요리도 인기. 또 하나 예예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것은 주문을 받으면 바로바로 따끈하게 부쳐서 나오는 반찬인 계란말이로, 당근과 호박 등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가 어머니가 해 주시던 옛날 그 맛이 느껴진다.

◇남원골 추어탕
3623 Pico blvd. LA (323)73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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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남원식 추어탕을 선보이는 남원골 추어탕>

추어탕으로 유명한 전라도 남원골식 추어탕을 선보이는 남원골 추어탕. 농장에서 무공해로 재배한 야채와 직접 기른 추어를 사용해 전라도 남원에서 전해지는 비법으로 정성껏 만드는 게 맛의 비결이란다.
추어탕 외에도 미꾸라지를 맛있는 양념에 조려낸 추어조림과 전라도 손맛이 느껴지는 겉절이와 게장, 홍어회 등 남원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깔나는 반찬들도 인기다.
남원골 추어탕에서는 손님들이 마시는 물도 대추, 칡뿌리 등을 넣고 끓인 그윽한 건강 차로 준비하며 밥도 일반 백미가 아닌, 현미와 콩, 찹쌀 등 8가지 곡물이 들어간 흑미로 지은 밥이 나오는데, 추어탕에 넣는 산초(원래는 초피나 흔히 산초라 불리는 향료로 쓰이는 가루)도 한국 지리산에서 직접 따와서 서브하는 등 손님들을 향해 각별하고 세밀한 정성을 기울인다.
이외에도 청국장, 김치찌개, 조기조림, 은대구 조림, 돼지 불고기도 인기 메뉴며 미꾸라지를 생선 조림처럼 조려낸 추어 조림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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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의 주 원료인 미꾸라지는 우수한 단백질과 비타민 A, B, D가 풍부하다>

# 추어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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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하고 따끈한 국물 맛이 일품인 추어탕은 부족한 몸 보신과 기력 회복에 그만이다>

추어탕은 맛깔스럽게 끓여내기가 쉽지 않은 음식으로 추어탕을 제대로 즐기려면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꾸라지는 타운내 아씨마켓, 한남체인, 가주마켓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재 료 : 미꾸라지 800g, 소금 1컵, 들깨 1컵, 무청 시래기 100g, 생강 1톨, 붉은 고추 4개, 풋고추 4개, 굵은 파 2뿌리, 마늘 2쪽, 깻잎 50g, 간장 6큰술, 고춧가루 3큰술, 된장 2큰술

만들기 : 미꾸라지는 비닐봉지에 넣은 채로 소금을 뿌리고 10분 정도 두어 진흙이나 거품을 내뱉게 한다.(냉동 미꾸라지의 경우 위 단계는 생략.) 미꾸라지가 죽으면 깨끗이 씻어서 체에 받쳐 물기를 쭉 뺀 후 끓는 물에 넣어 그대로 푹 삶는다. 무청 시래기는 살짝 삶은 뒤 2인치 길이로 썰고 깻잎은 돌돌 말아 채썬다. 풋 고추와 붉은 고추도 송송 썰고 생강은 가늘게 채쳐 물에 담가둔다. 들깨를 물에 조금 붓고 믹서에 갈아 발이 고운 체에 받쳐 즙을 받는다. 깨끗이 씻어 삶아낸 미꾸라지를 믹서에 넣고 물을 부어 뼈가 없어질 정도로 곱게 간다. 미꾸라지가 곱게 갈아졌으면 받아 놓은 들깨 즙과 섞어 냄비에 담는데 이 때 너무 걸죽하면 물을 약간 붓는다. 냄비에 남은 무청 시래기와 된장, 간장을 넣고 얼큰한 맛이 나도록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다. 충분히 끓으면 어슷 썬 파와 풋고추, 다진 마늘, 깻잎, 생강 등을 넣어 살짝 끓인 뒤 서브한다. 취향에 따라 청양고추, 초피가루 등을 넣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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