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퍼 맘’강박증에 엄마의 영혼은 멍든다

2007-01-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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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브리즈가 조언하는‘행복한 엄마되기’

600년만에 찾아온‘황금돼지해’라는 정해년. 올해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살고 싶은데, 남의 기준에 맞추어 종종걸음을 칠 것이 아니라 내 기준에 맞추어 관조하는 삶을 살고 싶은데, 엄마들에게는 이 단순한 욕구마저 해결할 길이 없을 때가 많다. 엄마가 한나절만 방심해도 집안은 엉망이다. 물 컵은 방방이 흩어져 있고 피자조각은 식탁위에 나뒹굴고 아이들 방은 양말짝과 옷가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플 사이도 없고 아파서도 안 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고 프리웨이에서 80마일로 달려도 항상 시간에 쫓긴다. 이렇게 사는 엄마들, 행복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파열직전의 자동차 바퀴 같고 미로를 찾아 헤매는 생쥐 같은 기분이다. 탈출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 해법을 찾아본다.

덜 중요한 집안일은 적당히 포기하며 살라
아주 가끔은 패스트 푸드의 도움을 받아라
‘땡땡이 날’정해 아이와 추억여행 떠나보라


페이체크를 받건 안 받건 간에 한 가정의 CEO인 엄마들, 엄마라는 직업은 단순한 가족의 일원이 아니다. 가정이라는 한 배를 끌고 가는 조타수이자 가족의 디딤돌이요 버팀목이다. 요즘은 가정에서 아빠들의 역할도 무시 못할 만큼 무게를 잡고 있지만 그래도 다른 가족은 엄마의 희생을 발판삼아 활개 치며 저 잘난 척들 하며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가씨가 결혼하여 아기를 낳고 엄마가 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챙겨 줄 사람만 있고 챙겨 받을 사람은 없다. 심지어 아파서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도 팬트리에 마카로니 치즈가 있는지 아이들 서랍에는 내일 신을 양말이 제대로 있는지 걱정하는 것이 엄마들이다. 이런 엄마들을 향해 직장 일과 가정 일에 수퍼 맘으로 쫓기다가 호되게 병치레를 하고 일어선 ‘저녁에 시리얼을: 엄마들을 위한 전략, 지름길, 제정신 차리기’(Cereal for Dinner: Strategies, Shortcuts, and Sanity for Moms)의 저자 크리스틴 브리즈가 “그렇게 살지 말아요. 건강과 영혼이 망가집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가 조언하는 행복한 엄마가 되는 비결을 소개한다.

기준을 조정하라
완벽을 향해 옆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달음박질하는 것은 이미 고통이 예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집안도 항상 유리알처럼 반짝여야 하고, 냉장고에는 요리되어 지기를 기다리는 싱싱한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야 하고, 아이는 제시간에 숙제를 꼬박꼬박 하는 ‘범생’이어야 하며 직장에서는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프로젝트 리더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이미 전시적인 삶으로 진입한 결과이다.
해야만 되는 일과 할 수도 있는 일을 구분하라고 위에 언급한 브리즈는 조언하고 있다. 해야만 되는 일은 직접 챙겨서 해야 하지만 할 수도 있고 꼭 안 해도 되는 일에는 도움을 청하거나 관망하거나 그냥 지나가라는 것이다. 저녁하기 싫으면 테이크 아웃해서 먹고, 아이 운동 픽업에는 카풀을 이용하고, 직장에서는 혼자 뛰지 말고 동료와 함께 일을 분담해서 나눠가지는 것이 요령이다. 그리고 토들러가 TV 앞에 넋을 놓고 있거나 싱크에 접시가 쌓여있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의식부터 바꿔야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고.

정말 중요한 것 외에 나머지는 괘념치 않는다
나들이할 때, 혹은 직장 일로 출장 갈 때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일일이 메모를 남겨 냉장고나 방에 붙여둘 필요가 있을까? 가령 “아이들 목욕은 저녁식사 전에 시키세요. 그래야 젖은 머리로 잠자리에 들지 않아요.” “둘째 아이는 피넛버터와 젤리 샌드위치를 자르는 것보다는 접어주는 것을 더 좋아해요.” 등등.
엄마가 없으면 아빠는 아빠식 대로 할 것이고 아이들은 이를 통해 변화된 스케줄과 융통성을 즐길 수도 있다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엄마 부재 시에도 아이에게 꼭 먹여야하는 약의 정량이나 반드시 부 쳐야 하는 메일, 처리해야 하는 청구서등은 메모로 알리고 또 수시로 전화해서 확인할 필요도 있다.

해야만 하는 일의 리스트를 새로 정한다
엄마가 아파서 누워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삐거덕거리지만 그래도 집안은 돌아간다. 의무와 옵션 사이에서 현명하게 줄다리기를 할 필요가 있다. 의무 리스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옵션이 훨씬 더 많을 수가 있다.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괜찮은 일들은 아이들과 다른 가족들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낮잠, 의사 진료, 온수욕, 네일살롱 들르기 등을 첨가해도 괜찮다. PTA 미팅 한두 번 빠진다고 무책임한 엄마로 전락하지도 않거니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시간을 창조할 권리가 있다.

패스트푸드에 너무 예민할 필요 없다
바쁜 엄마들이 패스트푸드 업계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과도하게 패스트푸드에 의존해서 가족의 식생활을 해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시간에 쫓길 때, 피곤할 때, 기분이 영 끌끌해서 맛있게 밥 짓고 싶은 무드가 아닐 때 패스트푸드는 ‘훌륭한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잠을 충분히 잔다
엄마는 항상 따뜻하고 부드럽고 온화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마됨이 실망스럽고 짜증나고 화나고 피곤하고 참을 수 없을 때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면 훨씬 지나가기가 수월하다. 그리고 돈으로 행복을 살수는 없지만 숙면으로 행복을 살 수는 있다. 틈 만나면 잘 자두는 것이 행복한 엄마 되기의 한 비결이다.

엄마임을 즐긴다
엄마는 한 가정의 해님과 같다. 햇빛이 없으면 우주만물이 다 빛을 잃듯이 엄마라는 존재도 그러하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엄마의 감정과 분위기는 가족에게 쉽게 전염되어 따사한 햇살이 될 수도 있지만 먹구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엄마가 스스로 먼저 행복해야 그 행복감을 가족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스스로를 돌보고 성찰하고, 여유로워질 수 있도록 자신을 성숙시켜야 한다.
저자는 순도 100%의 시간을 아이들에게 주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아이들에게 학기중이지만‘땡땡이치는 날’로 정해서 아이를 학교 대신 바닷가나 놀이터, 공원 등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물론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아이들이 다 큰 지금, 아이들도 그때를 추억하며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하고 있지만 아이들보다 저자 자신이 먼저 그 순간들을 흠뻑 즐겼다고 아이들과의 즐거웠던‘파격’을 떠올리고 있다. 책은 kristinebreese.com에서 구할 수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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