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 청소년 자녀 우울증

2007-01-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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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학생의 우울증세이다.
저는 언제부터 아이들의 왕따의 대상이되었습니다. 너무 슬퍼서 울기도 많이 했고, 수면제를 먹고 죽을까, 팔목에 면도칼을 그을까 생각도 했지만 자신이 없어서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가는 것이 너무 싫고 공부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하며 웃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하고 수치스럽기도 하고, 이제 감정이 멍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잘 못합니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호소해도 명쾌한 대답이 없습니다. 세상이 싫습니다.
한 하이스쿨 학생의 우울 증세이다. 몇 달 전부터 기분이 우울하고, 쉽게 변하며, 좋아하던 PC 게임과 농구에도 흥미가 떨어졌습니다. 집중도 안되고, 재미도 없고 따분하고…하고는 싶은데 막상하면 왠지 모르게 하기 싫고, 두렵습니다. 집중력도 떨어졌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전화 받기도 싫고, 그냥 이유없이 사람과 대화할 때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 기도하고, 아프기도하고… 왜 이럴까요?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평소와 다르게 동작이 느려지며 자발성이 줄어들고 자신의 외모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말에서는 절망감과 좌절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멍청해, 못하겠어.” 또한, ‘아무도 나를 상관하지 않아 하며 매사에 부정적이다. 아이가 아무런 의욕이 없고 자신의 미래와 삶을 바라보는 눈이 어둡고 ‘될때로 되라’며 상관치 않는 태도라면 우울증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다양하다. 유전적인 요인, 또 어린 시절 심리적 충격이나 상실의 경험, 부모에게 폭행당하고 거절당하고, 부부사이의 불화로 불안한 가정 환경등 여러 환경적 스트레스에서 기인되기도 한다. 또 문제에 부딪쳤을 때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한 좌절감에서 우울증이 비롯되기도 한다. 특히 한인이민 가정의 청소년들은 이중 정체성, 부모로부터 좋은 학업성적, 높은 성취에의 기대와 압력, 이민자로서 가정을 꾸려가는 부모의 정서적 경제적 불안정성등이 아이들에게 가중되어 우울증에 노출될 위험이 지극히 높다.
아이에게 우울증세가 있는 것 같으면, 일단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대화할 때 그의 괴로움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관심을 나타내고 도움을 주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증상이 오래가며 일상생활, 학교성적과 출석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하면, 또 자해행동이나 생각없는 충동적 행동을 하게 되므로 즉각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우울증은 야단치거나 다독거리며 해결할 수 있는 행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의료문제이기 때문이다.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우울증에는 상담치료만으로도 효과가 있고, 극심한 우울증일 때는 약물치료와 병행한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우울증도 신체의 질병과 같이 방치하면 더 깊어져 치료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된다.
(213) 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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