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oots “평범한 건 싫어”

2007-01-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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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 캐쥬얼하게

새해 패션 키워드 -부츠

끈을 묶는 높이따라
분위기 달라지는
레이스업 스타일 인기


새해 패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 한다면 단연 부츠다. 세계 패션계는 벌써부터 봄을 지나 가을 패션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지만 현실 패션계에선 아직도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의 여진이 남아 있는 겨울 패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츠의 인기는 매년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올 겨울에는 사실 부츠가 열풍을 지나 이처럼 광풍이 돼 불어 닥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샤넬 쇼에서 모델들이 하나같이 길이가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오는, 우글우글 주름이 지도록 디자인된 부츠들을 신고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그것이 시즌의 전반적인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기보다는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개인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막상 겨울이 되고 보니 부츠의 인기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부츠에 대한 열광적인 사랑에 패션 전문가들은 그제야 앞 다퉈 부츠 트렌드를 타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부츠가 올 겨울 유난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패션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올 겨울 유행하는 미니스커트와 스키니 진에 무난하게 다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때 미니스커트를 입느냐, 스키니 진을 입느냐에 관계없이 어느 옷에나 무난하게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무런 장식도 없는 무릎길이의 블랙 혹은 브라운 가죽 부츠지만, ‘평범한 건 싫어’를 외치는 트렌드세터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번 시즌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개성 있는 부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 겨울 가장 눈에 띄는 스타일은 레이스업 롱부츠. 발등부터 무릎까지 부츠 전체를 끈으로 여미게 돼 있는 이 스타일은 스타일링 방법에 따라 섹시하게도, 캐주얼하게도 연출할 수 있는데 다리에 탄력 있게 밀착되는 스타킹을 신은 다음 끈을 단단하게 여미면 섹시한 분위기가 강해지고, 바지 혹은 두꺼운 레깅스와 함께 매치한 다음 끈을 느슨하게 풀어헤치면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해진다.
끈을 묶는 높이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레이스업 부츠의 특징. 맨 윗부분까지 끝을 동여매면 단정한 느낌을 낼 수 있고, 부츠 길이의 중간이나 3분의2 정도까지만 끈을 묶은 다음 부츠 안이나 위로 투박한 레그워머(legwarmer)나 니삭스(kneesocks)가 드러나게 신으면 빈티지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레이스업 롱부츠만큼은 아니지만 종아리 중간 정도까지 올라오는 워커 스타일의 레이스업 미들 부츠 역시 사랑받을 전망. 이 스타일은 레이스업 롱부츠에 비해 캐주얼한 느낌이 한결 강하기 때문에 여성스럽거나 귀여운 룩을 즐기는 사람보다는 그런지 룩이나 스키니 진과 가죽점퍼, 체인 목걸이 같은 로큰롤 아이템을 즐기는 이에게 잘 어울린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스타일은 굽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발목이나 무릎이 끝나는 부분에 버클 장식이 달려 있는 라이딩 부츠(riding boots).

악어·뱀가죽 한눈에 확~

■ 섹시 & 캐주얼하게

라이딩 부츠, 굽높은 것 비해
스키니 진과 매치하면 매력적

이번 시즌 랄프 로렌이나 에르메스처럼 승마를 주제로 펼쳐진 패션쇼뿐 아니라 조세핀과 나폴레옹을 주제로 펼쳐졌던 돌체 앤 가바나 컬렉션 등에 두루 등장하면서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오른 라이딩 부츠는 굽이 높은 부츠에 비해 날카롭거나 섹시한 느낌은 덜하지만 시에나 밀러나 케이트 모스가 그러는 것처럼 스키니 진과 매치하면 하이힐 부츠에 비해 훨씬 스타일리시한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 무릎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나 실루엣이 풍성한 7부 팬츠와도 잘 어울린다. 단 굽 쪽으로도 시선이 분산되는 하이힐 부츠와 달리 라이딩 부츠는 가죽 자체에만 시선이 쏠리기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질이 좋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편, 발목이나 무릎에 달려 있는 버클이 지나치게 크거나 장식이 너무 심하면 금세 싫증이 나거나 자칫 잘못하다간 촌스러워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조금 튀고 싶다면


애니멀 프린트·모피 트리밍
잘만 연출하면 개성미 물씬

80년대 풍의 글래머러스 스타일의 인기로 인해 등장한 애니멀 프린트 부츠나 악어가죽 부츠, 파이톤(뱀) 가죽 부츠 등도 이번 시즌에 눈여겨봐야 할 아이템. 우리나라 여성의 대부분이 이런 스타일을 부담스러워하는 덕에 잘만 연출하면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고, 다른 어떤 부츠보다 섹시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인상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주 신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 그러나 이번 시즌, 섹시하고 강인한 여성상이 각광받고 있는 만큼 섹시한 스타일로 변신을 꾀하고 싶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이 밖에 군데군데에 모피(fur)가 트리밍 돼 있는 스타일이나 전체가 모피로 덮인 스타일 역시 눈에 띈다. 모피 트리밍 부츠의 경우 일반적인 부츠보다 부피감이 크기 때문에 옷은 복잡하고 화려한 것보다 단순한 것이 좋다. 특히 모피 트리밍 부츠는 모피 코트나 재킷과 마찬가지로 관리가 녹록치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길이가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오는 샤넬 스타일의 ‘롱롱’ 부츠 역시 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에나멜 소재의 롱롱 부츠는 1960년대 모즈룩 스타일의 심플한 A라인 원피스와 매치하거나 미니스커트와 매치해 섹시함을 강조하기에 좋지만 적어도 키가 5피트7인치는 가뿐하게 넘어야만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슬프지만 키가 작고 다리가 짧은 사람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구입과 보관법

발목에 주름 덜 생기는 것으로
신고 난 후 온기·땀 제거 필수

일반적인 구두에 비해 통기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부츠는 세균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매일매일 똑같은 부츠를 신고 다니기보다는 하루를 신은 다음에는 부츠 속의 온기가 완전히 가시고 땀이 마를 수 있도록 하루는 쉬게 하는 것이 좋다.
다른 옷이나 신발과 마찬가지로 부츠 역시 그냥 볼 때의 느낌과 신었을 때의 느낌이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신어본 다음 구입해야 하고 특히 신었을 때 발목에 불필요한 주름이 너무 많이 지거나 너무 꽉 끼지 않는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부츠를 오랫동안 새것처럼 신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관이 최우선. 부츠의 맵시는 발목 부분의 실루엣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발목 부분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벗어둘 때는 다리 부분에 신문지 등을 말아 넣어 똑바로 세워놓아야 한다.

■부츠 살까 말까

비싸도 꼭 있어야 한다 생각되면
고민하지 말고 구입하는 게 낫다

부츠는 비싸다. 명품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브랜드 부츠는 브랜드 부츠대로, 무명 부츠는 무명 부츠대로 비싸다. 그 긴 부츠를 만들려면 가죽이 일반 신발을 만드는 것의 몇 배는 들 테니 제조업자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자들에게 부츠 없는 겨울이란 상상이 불가능하다. 마땅히 신을 만한 부츠가 없는 상태에서 멋진 부츠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를 바라볼 때, 여자들이 따스한 식탁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화목한 가족을 창 밖에서 훔쳐보는 성냥팔이 소녀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잠긴다는 사실을 남자들은 알까. 고로 부츠는 비싸지만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살까 말까를 고민하는 대신 얼른 사는 게(혹은 사주는 게) 낫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신(기)는 것이 ‘남는 장사’일 수도 있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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