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수: 살인자의 이야기’

2006-1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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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5개 만점)

향수 제조위해 처녀만 연쇄살인
사형장 군중 향기 최면 압권

‘달려라 롤라 달려’를 감독한 독일의 톰 티크베어의 도전적이요 감각적인 영화로 젊은 시리얼 킬러의 완벽한 냄새(사랑)를 찾는 독특한 영화다. 마법적 사실주의 색채를 띠었는데 시각적으로 멋을 부렸고 철학적 의미도 포함된 킬러 스릴러이자 유혹적인 러브 스토리다. 독일 영화로 영어 대사.
1766년 파리. 청년 장-밥티스트(영국배우 벤 위쇼가 어려운 역을 혼신의 정열을 쏟아 부으며 확신에 찬 뛰어난 연기를 한다)가 광장 사형장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장면에서 시작되면서 시간은 그로부터 22년 전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영국 배우 존 허트(‘코끼리 인간’)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장-밥티스트는 더럽고 악취 나는 생선시장 바닥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고아원에서 자란다. 그는 크면서 냄새에 집착, 후각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대화와 연민과 사랑과 같은 인간의 다른 성질 등이 무용지물화 한다. 장-밥티스트는 특히 여자의 냄새에 매료당해 밤거리를 배회하면서 여자들의 냄새를 맡지만 막상 여자와의 관계에까지 이르진 못한다. 그리고 그는 어느 날 밤 과일을 파는 처녀의 냄새를 맡다가 실수로 그녀를 교살한다.
이 후 장-밥티스트는 우연히 동네 향수 제조자 주세페(더스틴 호프만)의 제자가 돼 자신의 후각 특성을 사용, 고급 향수들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여자의 냄새를 추출해 병에 담는 것이 꿈인 장-밥티스트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꽃의 정수를 추출하는 공장이 있는 프로방스의 그라스로 내려간다. 여기서 장-밥티스트는 밤마다 골목에 잠복했다가 처녀들을 살해, 사체에서 냄새를 뽑아내 병에 수집한다.
장-밥티스트가 집념적으로 냄새를 추출하려는 대상이 동네 홀아비 거부 리시의 아름다운 숫처녀 딸 로라. 리시는 연쇄살인을 피해 로라와 함께 멀리 떨어진 별장으로 피신하나 장-밥티스트는 거기까지 따라온다. 그리고 그는 궁극적 여자 향기의 표본들을 제조하는데 성공하나 꼬리가 길어 체포된다. 라스트 신은 사형장에 운집한 군중들을 장-밥티스트가 냄새로 최면시키는 장면인데 압권이다. 의상, 세트, 촬영, 음악 등도 좋다. R. 아크라이트(323-464-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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