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울한 크리스마스 안되려면 …

2006-12-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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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된 환상따윈 필요없어!

항상 기쁠 거라고, 즐거워야만 한다고, 행복해져야 한다고 몰아세우지 말자. 크리스마스에. 혹은 연말에 말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은 선물이라는 이름의 샤핑 비용에 머리를 싸맬 거고, 부모형제 한국에 남겨놓고 혈혈단신인 이들은 ‘블루 크리스마스/ 예감에 우울해질 수도 있고, 자칭타칭 노처녀, 노총각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에게 “언제 국수 먹여 줄 건데” 하는 오지랖 넓은 질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뿐인가. 계속되는 각종 모임과 파티로 인해 가뿐하게 5파운드는 늘어난 몸무게나 혹은 올해 연초 작정한 “금주 신화”가 이번 연말에 깨지는 건 아닐까 하는 소소한(그러나 당사자에게는 태산 같은) 걱정거리도 머리 속 한편에서 맴돈다. 게다가 몸은 바쁘고 즐겁지만 해놓은 것 없이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눈 마주치는 순간, 바로 그 순간만큼은 언뜻언뜻 쓸쓸하기도 하다. 그러나 부디 불안해하지 말길. TV 30초 광고 속 한 장면처럼 크리스마스 즈음 매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법도, 그래야 할 필요도 없으니까. 어차피 수수깡 속을 지나가는 휑한 바람처럼 시간은 또 그렇게 가벼이 흘러가버릴 테니까. 여기 크리스마스가, 연말이 조금은 불안한 이들을 위한 위로 혹은 처방전 한 장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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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삶 돼야

따지고 보면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인류에게 신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로 이 땅에 재림한 것에 의미만을 부여하라기엔 크리스마스 축제의 기원은 너무나 오래다. 역사와 신학, 인류평화라는 거창한 명분보다 지상의 우리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나 루돌프가 모는 썰매를 탄 산타, 탐스런 눈송이 등 당장 눈앞의 반짝거림에 더 고개를 끄덕이니까. 그것이 어린 시절 읽은 책이 됐든, 백화점이 선전하는 캐털로그든 혹은 30초 TV 광고에서든 크리스마스는 잘 정제된 한편의 팬터지 영화다.
그러나 실상 우리들 현실은 어떤가. 맞벌이에 동동거리며 생활에 치이지만 어쩐지 크리스마스 트리를 들여놓아야 할 것 같고 집밖엔 라이트 몇 점이라도 걸쳐놓아야 할 것 같은 스트레스에 아버지들은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선물 역시 마음을 나누는 거라곤 하지만 샤핑 자체는 물론 어마어마한 비용도 가계에 타격을 주게 마련. 게다가 크리스마스 이브 혹은 당일엔 근사한 식당이든 집에서든 5코스짜리 근사한 저녁 메뉴를 대기해 놓아야 가족들에게 아니, 본인 자신에게도 100점짜리 부모가 되지 않겠냐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물론 모두 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허락해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면 당연히 행복한 고민들이다. 그러나 부디 이런 것들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는 말길.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의미는 온데간데없이 정신적 육체적 피로만이 남지 말기를.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삶의 문제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신종 직업인 라이프 코치들은 이런 스트레스를 과감히 버릴 것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이 될 것’을 이들은 강조한다. 트리 장식이 스트레스라면 과감히 하지 말고, 저녁 식사 초대 역시 디저트 파티 정도로 줄여보고 올해 여러 가지 이유로 가계에 여유가 없다면 선물 역시 과감히 줄여보라고 조언한다. 겉으로 어떻게 보여지는가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더 우선하라는 말이다. 팬터지의 거품을 들어내고 나면 그 밑에 아마도 말간 행복이라는 풍경이 수줍게 숨어 있을 테니 말이다.

■모임을 줄여라

연말이면 한 달 전부터 혹은 1년 전부터 예정된 각종 동창회와 이벤트, 파티를 달력에 표시하다보면 정작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실종되고 만다. 가족들과 이럴진대 또 그렇게 속절없이 가는 한해와 진지하게 대면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은 말해 무엇하랴.
정신없이 파티와 음주가무로 연말을 보내고 나서 맞는 새해는 결코 새롭지 않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만의 규칙이 필요하다.
동창회와 각종 모임으로 12월이면 아예 LA 한인타운에 친구들과 호텔 방을 잡아 놓고 살았다는 이정호(46·밸리)씨. 그래도 취기가 어지간하면 모임을 작파한 후 택시 타고 호텔까지 무사 귀환하지만 만취상태에선 필름이 끊기기 일쑤. 그러다 끝내 지난해 연말엔 프리웨이 어귀에 택시기사가 그를 내팽개 쳐놓고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새벽에 잠에 깨어 난 뒤 그 아찔함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그리고 올해 초 결심했단다. 올 연말엔 모임 딱 4곳만 가자고.
이씨는 “필름이 끊기고, 택시기사와 의사소통이 안돼 프리웨이 입구에 팽개쳐지다 보니 더 이상 이렇게 연말을 보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예 올해는 친구들에게 모임 불참 선언을 단호히 하고 대신 가족들과 저녁식사 횟수를 늘렸다??고 귀띔했다.
이씨처럼 이벤트 홀릭들에게 모임 참석 횟수를 정하는 것은 꽤 유익해 보인다.
일단 일주일에 모임참석을 1~2건 이상을 넘지 않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하고 그 이상의 모임 초청이 있다면 단호하되 정중히 거절하도록 한다. 이때 죄책감에 사로잡힐 필요는 결코 없다. 어차피 어떤 모임도 당신을 위한, 당신만을 주인공으로 한 파티는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빠진다고 해도 파티는 여전히 즐겁고 유쾌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진 말길.

■지출을 줄여라

크리스마스 선물 샤핑은 물론 애프터 크리스마스 샤핑까지 손에 쥔 모래알 새나가듯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시기다. 정말 꼭 줘야 될 사람들, 챙겨야 될 사람들 가족, 친지, 직장 동료 등 고르고 골라 리스트를 작성해도 어차피 들어오는 빤한데 지출은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연말이 지나고 나면 남을 크레딧 카드 명세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픈 당신이라면 올해는 확실하게 지출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어차피 한정된 돈에서 한 달을 살아야 하므로 선물비용으로 지출하는 만큼 문화비나 외식비 등 다른 비용은 줄여야 한다. 더하기 빼기를 해서 마이너스를 만들면 안 되니까. ▶누가 얼마짜리 선물을 나에게 사줄 테니 그에 맞먹는 선물을 구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어차피 선물이란 마음을 교환하는 것이란 것을 잊지 말자. ▶가능한 카드 결재는 삼간다. 선물 샤핑 예산을 세운 뒤 현금으로 결제하면 불필요한 과다지출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다. ▶선물을 사러 가서는 선물만 사 갖고 온다. 선물 샤핑이란 명목으로 들어간 스토어에서 세일이란 사인에 자신의 스웨터 몇 장을 사들고 나오는 해프닝은 없어야 한다. ▶벌써 선물 샤핑을 마쳤고, 만약 이미 과다지출을 했다면 과감히 몇몇 아이템은 다시 리턴하고 다시 샤핑할 것.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니까.



▲크리스마스 샤핑은 언뜻 즐거워 보이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액수와 선물 목록으로 인해 또 다른 스트레스에 하나다. 그러나 잊지 말길.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지 결코 값으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페음식, 처음 접시엔 두가지 음식만

<어떻게 과식을 피할까>
한 주를 단위로 살펴보면 주말이 가장 과식이 많을 때고 연중으론 명절과 연말연시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한국식 정서로 연말은 살찌기 가장 쉬운 계절이다. 그러나 이 번잡한 계절이 다 지나간 뒤 체중증가로 받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한다면 조금 독해질 필요가 있다. 파티의 계절, 과식을 피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귀띔한다.

■‘괜찮습니다??라고 할 수 있는 용기=한인이든 미국인들이든 파티에 초대받아 가 주인이 권하는 음식을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화를 불문하고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입이 침이 튀게 칭찬해가며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것은 미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위는 적정량을 넘어섰는데도 주는 대로 권하는 대로 먹다보면 살이 찌게 마련이다. 이럴 땐 과감히 ??괜찮습니다??라고 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간식거리를 치워라=크리스마스 쿠키며 사탕 젤리 등 선물로 들어오는 것이든 장을 봐놓은 것이든 달고 맛있는 혀끝을 자극하는 스낵들이 집안 곳곳에 널리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입이 궁금해서라도 오가며 한두 개씩 꿀꺽하기 마련. 눈에 보이지 않아야 손도 가지 않는 다는 것을 명심할 것.

■접시에 음식은 조금만 담을 것=대부분 파티의 식사는 부페식이 많다. 이럴 때 과식을 피하는 법은 처음에 두 가지 종류의 음식만 담아오는 것이다. 남자고 여자고 사람들 많은 데서 자기 양껏 먹자고 3번, 4번 음식을 가지러 가게 되지는 않는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제법 이것도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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