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러데이 시즌 아이들을 위한 준비

2006-12-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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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박스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샤핑몰이나 캐털로그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선물은 마음에서부터 나온다. 이제 곧 할러데이 시즌으로 접어든다. 사람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터넷과 캐털로그를 뒤지며 파킹랏 여유 없는 샤핑몰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받는 사람은 ‘별 것도 아닌 선물’이지만 그걸 준비하는 쪽에서는 시간과 돈과 아이디어를 짜내야하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이렇게 물질에 관심을 두다보면 할러데이에, 크리스마스에 가져야 할 마음의 평화와 소망은 온데간데없이 피곤하고, 스트레스 쌓이고, 짜증스럽다. 올 연말, 아이들을 위해 물건이 아닌 ‘마음의 선물’을 준비해 보자.

올 연말 아이들에 ‘마음의 선물’을
샤핑도 함께하고 쿠키를 만드는등 추억의 시간 마련
물질적인 것보다 나눔과 봉사의 기쁨 같이 공유도

1. 추억을 주자
“태초에 관계가 있었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저서 ‘나와 너’에서 그는 ‘소중함이란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고 역설하고 있다. 연말은 관계가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계절이다.
가족, 친구, 친지, 지인들. 이들이 파틀락으로 모일 때 샐러드나 디시만 가져올 것이 아니라 사진을 가져오게 한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사진을 놓고 이야기 하다 보면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서로 알게 된다.
할머니는 70년 전 결혼 앨범을 들고 와 꽃다웠던 청춘을 얘기할 수도 있고 삼촌은 갓 태어난 딸 사진을 들고 와 자랑스럽게 허풍을 떨 것이다. 이 아이로 인해 장차 가문에 영광이 깃들 것이라고.


2. 많이 안아준다
알고 있는 뻔한 얘기지만 바쁘다보면 일 년에 몇 차례 못 안아주고 세월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시간은 파도의 썰물처럼 쓸려져 나가고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커버려 꺼벙해져서 엄마가 빅 허그 한번 하려면 대롱대롱 매달려야 할 지경이다. 그러기 전에, 지나가버리기 전에 할러데이 시즌만이라도, 의식적으로라도 많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등 두드려주면 서로 마음부터 훈훈해지고 따뜻하게 녹아내린다.

3. 기쁨을 준다
파티 손님 맞을 준비한다고 그로서리 샤핑하고, 청소하고, 그릇 꺼내고, 냅킨과 테이블보 빨고, 와인 잔 디시워셔에 돌리고, 꽃 꽂다보면 음식장만 전부터 몸이 녹초가 된다. 아이가 와서 몇 마디만 붙여도 성가시고 짜증나 “넌 좀 저리 가 있거라” 소리가 저절로 나오기 쉽다. 이렇게 되면 할러데이가 아이에게 즐거울 리가 없다. 아이를 기쁨으로 동참시키라고 페어런츠 12월호는 ‘마음으로 주는 선물’(Gift from the Heart)에서 조언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패밀리카 대신 이 때만은 버스를 타고 샤핑에 나서는 것이다. 주차난도 해소되고 아이와 함께 시티 투어도 하는 셈이다. 버스 안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연말 샤핑은 버스를 타고’, 버스 탈 일이 별로 없는 곳에서는 아이에게 특별한 기쁨이 될 수 있다.

4.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할러데이 프로그램 노래 정말 아름답게 잘 부르더구나.” “선물 연 다음 모든 포장지를 말끔히 치워줘서 정말 고맙다.” “그 퍼즐 좀 난해하구나. 그렇지만 난 네가 계속해 보면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을 믿어.” 등 칭찬과 감사와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을 많이 애용한다. 돈 안 드는 선물로 이것만한 것도 없지 않을까?

5. 시간을 준다
좋아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이 언제던가? 이렇게 생각된다면 연말이 가기 전 시간을 마련해 봐야 한다. 의미 있는 시간이란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시간을 상대를 위해서만 집중해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바쁜 현대 부모들, 전화 받으면서 시리얼 꺼내주고, 빨래 정리하면서 숙제 슬쩍 봐주고, 도대체 온전한 시간을 아이를 위해서만 보내는 적이 드물다.
할러데이 시즌만큼은 시간을 내서 엄마는 큰 아이와, 아빠는 작은 아이와만 그리고 하루는 또 바꾸어서 한쪽 부모와 한 아이씩 긴밀한 시간을 갖도록 한다. 아직 어린 작은 아이는 동물원 구경을 원할 수도 있고 틴에이저인 큰 아이는 아늑한 카페에서 맛있는 점심을 즐긴 후 책이나 슬슬 읽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또 ‘아름다운 세상’(It’s a Wonderful Life) 같은 할러데이 클래식 영화를 빌려서 온 가족이 팝콘을 먹어가며 패밀리 룸에서 같이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6. 도움의 손길을 준다
아이들과 함께 노숙자를 위한 선물포장 단체에 참가해서 선물포장을 도와도 좋겠고 직접 거리에 나가 그들을 위한 음식 서빙을 하는 등 몸으로 움직이는 사랑의 실천을 해본다.
지금쯤이면 걸스카웃이나 보이스카웃 같은 단체에서는 단원들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깡통음식을 수거하기도 하고 구세군 등에서는 입을 만한 옷가지들을 수거하기도 한다. 이런 자선행사에 아이와 함께 참여, 나눔과 봉사의 기쁨을 공유하는 것도 연말에 해봐야 할 일이다.

7.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성탄절의 의미, 신년의 의미, 새해 아침에 한복으로 갈아입고 어른들에게 인사 올리는 한국식 문화와 예절, 유대인의 하누카, 아랍인들의 라마단 축제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연말이기도 하다.

8. 희망을 준다
이건 지금 당장 시작해도 좋겠다. 매년 12월, 저녁식탁에 앉으면 하얀 촛불을 켜놓고 올 연말이나 내년을 위한 소망을 얘기하게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처음에는 “산타가 스케이트보드를 가져왔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아메리칸 걸 인형을 사주면 좋겠다”는 식의 물질적인 희망을 먼저 얘기하다가 날짜가 길어질수록 이에 대한 밑천이 바닥이 나면 “할아버지의 건강이 내년에도 좋았으면” 또는 “노숙자들이 크리스마스에 편안하게 잘 잠자리가 있었으면” 하고 훨씬 사려 깊고 성숙한 희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는 아이들이 크리스마스가 있는 할러데이 시즌의 의미가 결국은 무엇인가를 깨닫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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