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 이야기 힘들 때면 한숨을 쉬세요

2006-12-09 (토)
크게 작게
나는 가끔 후회한다/그때 그 일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그때 그 물건이/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더 열심히 말을 걸고/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귀머거리처럼/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인 정현종 시인의 작품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읽으면 한숨이 나온다. ‘노다지 ‘란 말 때문인가. 아니면 일곱 번이나 되풀이된 ‘열심히 ‘때문인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모두가 노다지를 캐는 것일까? 새벽기도로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상점을 지키며 틈을 내서 사회봉사, 교회일 또 자신들보다 불우하다고 생각 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인정을 베푸는 분들에게 ‘노다지’, 어떤 형태이건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중 주부는 언제나 가정에서 할 일들이 태산 같다.
특별히 일년을 마감하는 12월, 가정을 위한 크리스마스 준비는 대개 여자들의 몫이니까.
카드 보내기, 인사치례, 가정에 따라서는 파티 준비, 아이들의 특별활동을 따라다니다 보면 여자들은 한숨조차 쉴 사이가 없다.
일 년 내내 기다리던 동창회 파티에 멋 좀 부리고 가려던 생각은 집 안 일에 밀려서, 미장원은 고사하고 차안에 앉아 얼굴에 이것저것 찍어 바르는 것이 고작이고, 차를 내릴 때 쯤 옷매무새를 잡는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그리고는 피곤에 몰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우둑커니 처럼’ 있다가 파티에서 나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런 때 일수록 배로 숨을 크게 쉬면 한결 기운이 난다. 이것이 한숨이다.
건강하려면 몸이 편해야 하고 숨이 고르고 마음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바빠서 육체적으로 피곤하면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으니 숨이 고르지 못하다. 이런 때, 쉽게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 호흡이다.
먼저 왼손은 배에, 오른손은 가슴에 대고 손의 움직임을 의식한다. 천천히 코 로 공기를 들이마시면 아랫배가 채워지면서 내장의 여러 부분을 산소로 쓸어 주고 왼손은 올라가고 오른 손은 심장 박동을 느낀다.
잠시 숨을 참았다가 입으로 숨을 내쉬면 몸 안의 불필요한 것이 빠지면서 배도 내려가고 왼손도 내려간다. 그러나 긴장이 되면 가슴을 앞으로 내밀게 되고 어깨를 뒤로 하고 가슴과 몸통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산소는 몸의 위 폐만 채워져서 충분한 산소를 몸에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호흡은 몸을 다시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숨 쉴 필요가 있다.
한숨은 제정신을 들게 하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전하다. 여자들이 한숨을 쉬는 것은 악을 쓰지 않기 위해서다. 소리치고 악을 쓰는 것이 어느 경우이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한숨을 쉰다. 한숨은 재빨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신에게 알리는 것이다.
말다툼 했던 일, 실망되던 일, 억울함, 참던 일, 따분하고 지루한 일, 기다림, 자신의 부족함 등을 공기와 함께 들여 마시고 심장이 뛸 동안 그것을 정화하여 자신의 당황함을, 성급함을, 안타까움을, 안달을, 좌절을, 실패를, 욕구불만을, 불쾌감을, 괴로움을, 실망을, 후회를 숨을 내 쉬면서 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한숨은 자기를 인정하는 수단이고, 회복이 되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마음속에 쌓인 화를 안전벨트인 한숨을 통해서 나갈 때 새로운 힘이 생기고, 자신을 유지 하고 또 창조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성탄 준비를 하면서 나는 화와 피곤함이 몸속에 앙금으로 남기 전에 “여자분들, 주저하지 말고 한숨을 쉬세요. 죄의식을 가지지 말고 한숨을 쉬세요. 부끄러워하지 말고 한숨을 쉬세요. 기쁘게 한숨을 쉬세요. 한 번 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세요. 그래서 이달이 지나고 새해 가 되었을 때 ‘꽃봉오리인’ 당신을 한껏 피울 수 있지요!”

김준자
<사모>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