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석이야기 동양의 멋을 담아내는 비취

2006-12-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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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꼬리를 살짝 들고 파르르 떨며 주먹을 꼬옥 쥔 채 상을 탕탕 두들기는 사극을 보자면 직업이 직업인지라 궁중 여인네들이 손가락에 끼고 있는 자주색 푸른색 백옥 비취가락지에 눈길이 머무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흔히 비취는 중국에서 산출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은 미얀마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예부터 비취를 장신구로 이용해온 것은 중국의 여성들이었다. 장신구뿐만 아니라 대만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서태후의 팔폭병풍에서처럼 뛰어난 예술품을 만들기도 했다.
동양인에게 ‘천국의 색깔’ 이라 불리는 비취가 서양인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걸 보면 보석에 대한 심미안에 동서양의 차이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말 풍부한 보석자원에 눈독을 들인 영국은 엄청난 자본과 노력을 루비와 사파이어 채굴에 투자했다. 그러나 비취에는 손도 대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서양인들에게 있어 비취는 그저 광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왕실에서 비취를 국석으로 여길 만큼 귀한 돌로 여겼던 것과는 천양지차였던 것이다.
비취의 서양식 이름인 ‘제이드’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멕시코에 침입하여 약탈을 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멕시코 원주민들이 이 보석을 옆구리나 허리에 차거나 매고 다닌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멕시코 원주민들은 비취를 ‘복통의 돌’이라 부르며 신장병이라든가 신경통, 복통, 불안, 초조 등에도 치료제로 사용한다고 한다. 비취는 녹색 이외에도 빨간색, 백색, 황색, 연보라색, 옥색 등 다채로운 색상을 자랑하며 특히 연보라색의 비취는 ‘라벤더 제이드’라 불리며 기품있고 아름다운 색으로 인기가 높다.
비취는 색의 농담이 많은 보석이므로 보석 전체가 아름다운 녹색으로 균일하게 물들어 있고 색이 너무 어둡거나 흐리지 않으며 선명한 중간 녹색일수록 좋은 보석이다.
수많은 보석 중에서 손으로 만져 감촉을 즐길 수 있는 보석은 비취뿐인데 이 보석을 만지면 강한 에너지의 영혼이 흡입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화에 그려진 파라오 람세스가 적색 혹은 회색의 비취관이나 비취 침대를 사용한 이유도 비취가 영혼을 부활시킨다는 강한 염원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록 옛 사극 속의 여인들처럼 한복과 더불어 격식에 맞추긴 어렵지만 추운 겨울, 차가운 금속의 느낌보다 소담스런 비취의 정감을 상대에게 전해보는 것도 따뜻한 차 한잔을 함께하는 것처럼 정겨움이 넘치는 일임이 틀림없다.

메이 김
<젠 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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