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운 잊고 새 출발하는 모나코 왕국

2006-11-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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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 잊고 새 출발하는 모나코 왕국

당시 발행된 기념우표는 수만달러를 호가한다.

프랑스가 ‘생명의 젖줄’
그레이스 캘리가 낳은 앨버트왕자 즉위, 끊임없는 스캔들에 왕궁 몸살

학생시절 할리웃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의 레이니에 왕자에게 시집가는 기록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결혼식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레이니에 왕과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식은 한마디로 황홀의 극치였다. 그때 본 모나코의 왕궁과 갈라 쇼가 열린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몬테칼로의 화려한 거리와 요트들은 영화장면을 방불케 했다. 모든 여성들이 부러워한 ‘세기의 결혼식’이었으며 당시 발행된 기념우표(사진)는 수만달러를 호가한다.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는 그 후 과연 행복한 인생을 보냈을까. 남편인 레이니에 왕과는 무난한 사이였으나 자식들 때문에 너무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지내다가 그녀 자신도 자동차 사고(1982년)로 절벽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는 비극을 당했다. 당시 그레이스 왕비(52세)는 말썽꾸러기 딸 스테파니 공주와 함께 차를 타고 있었는데 딸의 복잡한 남자관계를 둘러싸고 언쟁을 벌이다가 흥분한 끝에 신체마비 상태를 일으켜 핸들을 컨트롤하지 못해 낭떠러지로 굴렀다는 설이 나돌았으나 그 의문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스테파니 공주는 극적으로 살아남았으나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울증에 걸렸다. 애처가인 레이니에 왕도 그레이스 왕비를 잊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지난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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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에서 내다본 모나코 시내 전경. 서울의 영등포구보다 작은 도시다. 전기, 수도, 철도, 공항 등 모든 공공시설을 프랑스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

그레이스 왕비는 배우로서, 왕비로서는 성공한 여성이었으나 자식 농사에서는 실패한 여성이다. 큰딸 캐롤라인은 두 번이나 이혼했고 모델인 둘째딸 스테파니는 서커스 단원과 연애하는 등 남자관계가 복잡했다. 아들 앨버트 왕자는 스튜어디스와 동거해 아들을 낳는가 하면 식당 웨이트리스와 사귀다가 딸을 낳는 등 자녀들이 항상 스캔들 속에 파묻혀 있었다. 모나코 왕궁 규범에 따르면 왕자가 정식 결혼하지 않고 낳은 자식들은 왕궁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리말디’라는 가문의 성을 쓸 수 없으며 후계자 서열에 오르지도 못한다. 앨버트 왕자(48)는 지난해 모나코 왕위에 올랐지만 왕비가 없는 기형적인 왕국을 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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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니콜라스 성당 안에 있는 그레이스 왕비의 묘지>


모나코는 인구 3만5,000명의 도시국가이며 면적이 0.8평방마일에 불과해 영등포구보다도 작은 나라다. 프랑스의 남부해안 니스의 이웃 도시이며 공항도 없어 니스공항을 사용하고 있고 전기, 철도, 수도, 전화시설도 모두 프랑스 정부가 공급하고 있다. 국어도 프랑스어며 국방도 프랑스가 책임지도록 조약이 맺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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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앞에서 교통 정리하는 경찰. 경찰 간부들은 프랑스 장교 출신들이다>

그러나 모나코의 조상은 이탈리아의 ‘그리말디’ 가문이다. 수도승으로 가장한 ‘프랑소와 그리말디’라는 제노아의 귀족이 특공대를 이끌고 1297년 모나코 성을 점령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71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리말디 가문을 상징하는 휘장에 칼을 찬 수도승이 그려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레이스 왕비의 아들인 현 앨버트 왕의 공식적인 이름은 피에르 그리말디이며 모나코 왕국의 32대 왕이다.
바티칸 다음으로 작은 도시국가인 모나코가 유명해진 것은 그레이스 켈리 왕비 덕분이다. 그레이스 왕비는 그의 유명세를 무기로 그랑프리 자동차 경기 등 세계적인 각종 행사를 유치해 모나코에는 일년 내내 관광객이 붐빈다. 레이니에 왕과 그레이스 왕비가 모나코의 경제를 튼튼한 기반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왕가가 시끄러웠는데도 모나코는 계속 번창(국민소득 2만3,000달러)하고 있다. 또 앨버트 왕자도 왕에 오른 후부터는 요즘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모나코의 땅이 좁아 지중해의 섬을 사들여 영토를 확장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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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 위치한 왕궁. 방이 240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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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입구 삼거리에 있는 ‘모나코 피자’ - 맛이 일품이다>


<이 철> 이 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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