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2006-11-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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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 이야기

좋은 친구 ‘Circle of Friends’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한 학생, 두 학생 어깨에 가방을 둘러메고 모이는 곳이 있으니 그 곳이 바로 COF(Circle of Friends) 교실이다. LA동부 로랜하이츠에 소재한 아름다운 교회 바람 부는 언덕 위가 집합장소이다. 과연 매주 월요일 오후 3시부터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COF는 정신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일반 고등학생들이 함께 친구가 되어 어울리는 모임이다. 핸드 차임(Hand Chime) 을 통해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친구 되기가 되는 곳이다. 핸드 차임 후에는 함께 농구도 하고 숙제도 하면서 서로 격이 없이 일대일 친구가 되는 곳이다. 승욱이는 사실 COF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아동이지만 그 곳의 대모이신 스테이시 선생님과 자원 봉사하는 학생들의 특별한(?) 배려로 일원이 되었다.
승욱이가 COF의 일원이 된 것이 벌써 2년이 되어간다. 막둥이 승욱이의 첫 COF 입성 날, 스테이시 선생님은 혹시나 승욱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이유로 어디 넘어져 다치거나 어려운 상황이 올까 염려했지만 봉사하는 학생들의 보살핌으로 첫날 딱 합격을 받았다. 그 다음부터 승욱이가 아름다운 교회 주차장에 도착하면 멀리서 승욱이를 봐줄 봉사자 학생이 뛰어 내려온다. 만나면 좋은 친구 COF 친구들. 2002년 1월 몇몇 장애 학생들 가정들이 모여 시작된 이 곳이 해가 가면 갈수록 장애 학생의 수와 봉사학생의 수가 넘쳐 나서 지금은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다. 그 곳에 왜 이리 학생들이 넘쳐나는 것일까? 그 건 그 곳엔 순수한 사랑과 우정이 함께 뒤엉켜 서클 즉 원을 만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모가 나지 않은 원의 의미는 하나가 된다라는 뜻이다. 정상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편견을 주지 않고, 정상이지 않기 때문에 ‘왕따’ 시키지 않고, 정상이지 않기 때문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 COF 친구들은 만나면 진심으로 반가워하고, 헤어지면 보고파 하는 우리 한인 2세들의 아름다운 만남의 공동체이다. 그렇게 때문에 COF는 비장애학생이 장애학생을 돌봐주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가끔 내 자신은 우리 COF 친구들을 볼 때 부끄러울 때가 있다. 난 저 고등학생들보다도 더 많은 편견과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구나. 내 아이가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진정한 장애인들의 친구가 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비해 우리 COF 친구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금방 친구가 되는 것을 보면 정말 나에게 순수가 결여됨을 발견한다.
COF가 원만한 원을 그리며 굴러가는 데는 숨은 사람들의 선행이 있다. 장소를 서슴없이 빌려주신 아름다운 교회와 아이들의 간식을 매주 챙겨주시는 봉사자 어머님들과 그 곳의 총지휘를 맡고 있는 스테이시 선생님의 열정이 함께 어울려 그 곳에는 언제나 모든 일들이 조직적으로 운영이 된다. 많은 아이들을 일일이 다 챙기고 관리하는 체구가 자그마한 허스키 보이스의 스테이시 선생님의 열정은 도대체 어디서 샘솟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장애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뿌리깊은 헌신의 마음이지 아닐까. 스테이시 선생님과의 첫 만남 장소는 밀알선교회에서 하는 토요 사랑의 교실에서였다. 그 곳에 같은 장애우 엄마로 만나 내가 승욱이를 데리고 COF에 억지로 합류하면서 오늘까지 계속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장애엄마가 장애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스테이시 선생님은 자신의 장애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을 많은 장애 학생들과 함께 만들며 공유하고 있다. 물론 옆에서 협력하여 함께 선을 만들게 도와주는 부모님들도 많다. 그러기에 COF가 쑥쑥 성장하고 있지 않을까.
일대일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과의 연결로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느끼고 배워 가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우리 어른들은 모른다. 장애학생과의 지속적 만남을 통해 책임감과 헌신 그리고 감사와 사랑을 배워간다. 이곳을 다녀간 비장애학생들은 인생의 진로를 이곳에서 결정하는 학생들도 많다.
또 장애학생들은 이곳에서 또래 친구를 만남으로 인해 자신을 이해해주고 반가워 해주는 친구를 만나게 되니 이 얼마나 귀한 장소인가. 세상에 내편이 되어 주는 친구가 하나만 있어도 든든할 텐데 그곳엔 너무 많은 장애우의 편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이젠 안쪽을 바라보며 동그라미를 그리며 서있는 COF 친구들이 세상 밖을 향해 둥근 원을 그리며 함께 나아가는 그런 COF 이길 진심으로 바라고 싶다. 매주 월요일 3시 그 곳을 기억하세요. COF 친구들이 있는 그 곳, LA동부 로랜하이츠의 아름다운교회, 장애 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의 사랑과 만남의 공동체가 여러분들을 향해 두 팔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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