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바람 일터’ 우리가 만듭니다

2006-1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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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한인사회에 적지 않은 숫자가 월급쟁이다. 한국처럼 대기업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지만 주인 한 명만 있는 업소라 할지라도 고용인이라면 월급쟁이 맞다. 게다가 타운 규모가 커지면서 구멍가게에서 출발했던 업소가 기업수준으로 커져가고 있고, 은행 역시 숫자는 물론이고 덩치 또한 급격히 커지고 있다. 본국 기업인 지상사 역시 로컬 직원채용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여서 월급쟁이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직원들의 복지와 원활한 분배, 조직 내 자유로운 의사소통 등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말이 나온 지 십수년이 흘렀지만 사실 한인사회에 이를 들이밀기는 시기상조. 이제 겨우 이민 한 세기에 규모의 경제만이 ‘절대 선’인 것처럼 보이는 한인사회에서 인간의 얼굴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자본주의의 얼굴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이런저런 경영 이론 다 물리고 직원과 행복하게 공생하는 것이 기업이 커나가는 길이라는 굳게 믿는 업체들도 있다. 아쿠아 라이프, 칼트라, 현대종합상사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직원들의 입소문으로 동네방네 소문난 ‘일하기 좋은 회사, 신명나는 일터’라는 헌사를 받은 참 괜찮은 기업을 방문해 봤다.

HSPACE=5

서비스맨들이 출장 서비스를 나서기 전 아쿠아라이프 전직원이 모여 포즈를 취했다. 대니얼 김(오른쪽에서 두번째)대표는 최고 대우가 최고 서비스를 만든다고 믿는다.

HSPACE=5

원활한 조직내 의사소통과 직원들의 빠른 의사결정권에 주력해 단 시간내에 신명나는 일터로 자리매김한 칼트라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박기홍 대표.



아쿠아 라이프

최고 대우가 최고 품질로

아쿠아라이프(대표 대니얼 김) 정수기 필터 교체를 위해 1년에 한두 번씩 집을 방문하는 애프터서비스 맨을 보면 한국의 대기업 서비스가 생각날 만큼 그 친절함과 꼼꼼함에 고객들은 놀란다.
방문 전 확인 전화는 물론이고 가끔 걸려오는 애프터서비스 만족도 체크 전화까지 받고 나면 참 별것 아닌 듯 하지만 이 회사 대표가 누구인지 궁금할 만큼 서비스는 감동적이다. 게다가 한국처럼 A기업, B기업, C기업이 모두 이런 감동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러다 최근 그 감동 서비스의 ‘비밀’을 알아냈다.
정기 필터 교체를 위해 기자의 집을 방문한 애프터서비스 맨에게 “아쿠아라프 가입자 수가 엄청나죠? LA 돈 다 긁어 모으죠?”라고 말을 건넨 게 시발이었다.
“어휴, 그렇지도 않아요. 버는 만큼 직원들에게 다 해주는데 주인이 뭐 얼마를 가져가겠어요.”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졌다. 업체의 사장도 아니고, 그 사장의 직계도 아닌 월급쟁이에 불과한 그에게서 믿기지 않는 회사자랑은 계속됐다.

그리고 인센티브 인심도 넉넉하고…. 이 정도면 좋은 회사 맞죠?”

청산유수처럼 회사자랑이 끊이질 않는 이 서비스 맨을 보면서 왜 그토록 서비스 품질이 월등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며칠 뒤 아쿠아라이프의 아침 조회에 찾아갔다. 10여명의 서비스 맨들이 출장 전 모여서 회의를 하는 시간이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아쿠아라이프 직원들의 근속기간은 절반 이상이 5년이 넘는다. 10년을 넘긴 고참들도 3명이다. 두세달이 멀다하고 퇴사자가 나오고 이직률이 높은 젊은 세대들을 감안 할 때 기록적이라 할만하다.
올해로 입사 11년 차인 김준 실장은 “좋은 베네핏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가장 큰 힘”이라며 ??나가서도 동종업계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다보니 고객 서비스가 나쁠 수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이에 대해 대니얼 김 대표는 “요즘 기부문화가 유행인데 그 기부라는 걸 멀리서 실천할 필요가 있겠는가. 직원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돌아가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 “결국 직원들 처우 개선은 곧바로 주인의식으로 돌아오고 회사 매출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국 지점을 내면서 직원들에게도 경영참여의 기회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아쿠아라이프의 멋진 행보가 기대된다.

한국식품 수입원 ‘칼트라’

직원들 재량권 200% 보장


종가집 김치와 소주 ‘처음처럼’, OB맥주 등 주류 및 한국식품 수입원인 칼트라(대표 박기홍)는 업계에서도 특히, 세일즈맨들이 부러워하는 업체다. 그렇다고 이곳이 월등하게 급여가 많다거나, 베네핏이 좋다거나, 일이 쉬워서가 절대 아니다. 이제 겨우 설립 9년째인 칼트라가 ‘조직내 분위기 하나만은 끝내준다’는 안팎의 여론을 주도해온 것은 빠른 의사결정과 수직수평을 막론한 원활한 의사소통 구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려는,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젊은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것은 바로 권위적인 상명하달 식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칼트라는 과감히 형식적이며 겉치레적인 권위를 치웠다. 특히 영업사원들에게는 의사결정권에 많은 부분을 맡겨서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바닥’ 경력 7년 차에 칼트라 입사 1년째인 로빈 곽씨는 “동종업계에서도 우리 회사는 상사와 부하직원은 물론 동료들 간에도 인화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며 “특히 영업현장에서 바로바로 결정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 재량권이 많아 일하기도 신나고 그러다보니 실적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자랑한다.

이런 칼트라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박기홍 대표의 노력이 가장 크다. 박 대표는 “결국 조직이라는 것이, 회사의 성장이라는 것이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회사가 활기차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회사내 다양한 취미활동 동호회도 만들고, 맛있는 식당을 발견하면 회식 자리를 만들고, 전직원 야유회도 갖는 등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박 대표는 “물론 월급 많은 곳이 최고겠지만 돈으론 한계가 있다며 일을 재밌게, 회사와 함께 성장해 간다는 믿음을 직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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