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즈니스 칼럼/ 바람에 쓰러진 고목

2006-11-0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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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희망보험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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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저녁 거세게 불어대던 바람이 우리 집 사이드 워크에 서있던 고목을 넘어뜨렸다. 고목의 아랫부분 가운데가 비어있고, 한여름에도 가지와 잎새가 나무의 크기에 비해 매우 빈약해서 언젠가는 넘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우리 집 건물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고, 그 나무가 도로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넘어지더라도 우리 집은 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과연 내가 생각하던 바대로 그 나무는 가운데가 텅 빈 아랫부분이 잘려 도로 쪽으로 넘어지면서 전신주 사이의 허공을 연결하는 전깃줄들을 덮쳐서 땅 가까이 끌어내리고, 그 나무 아래 세워둔 두 대의 승용차를 덮쳐서 짓누르고 있었다.

우리는 즉시 911을 불러서 이 상황을 알렸다. 즉각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노란색 테입으로 접근금지 구역을 표시하고 가버렸다. 우리는 경찰이 알아서 관계당국에 연락하는 줄로 알고 주말을 지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에 우리 집 전화가 안 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버라이존 전화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신고하였다. 곧이어 콘 에디슨 전기회사와 뉴욕 시 공원관리국(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에도 연락하여 이 상황을 알렸다. 관계당국에 연락하는 일은 경찰이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 뉴욕 시 공원관리원들이 중장비를 가지고 와서 쓰러진 고목을 치워갈 때 해가 서산에 저물고 있었다.

만일 그 나무가 쓰러질 때 우리 집을 덮쳐서 우리 집에 손상을 입혔다면 그 손실에 대한 보상을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사건으로 망가진 두 대의 승용차 주인들의 손실에 대한 보상은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우리 집에 입힌 손상은 내가 들고 있는 주택보험이 물어줄 것이다. 주택보험이 물어주는 손실의 원인은 화재 또는 번개, 폭풍우, 폭발, 폭동, 비행기, 자동차, 연기, 만행, 유리 깨짐, 도난, 낙하 물(Falling Objects), 눈의 무게, 붕괴, 파이프 파열, 파이프 파열로 인한 물, 파이프의 동결,
정전기 등인데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주택 건물에 덮친 경우는 낙하 물에 해당된다.


망가진 승용차에 대한 손실은 그 주인들이 들고 있는 자동차 보험의 차체보험이 물어줄 것이다. 자동차 보험은 책임보험(Liability)과 차체보험(Physical Damage)으로 구성되는데, 후자는 또다시 충돌(Collision)과 포괄적 위험(Comprehensive)으로 나뉜다.
충돌은 운전 중 다른 자동차와 부딪히거나 전복되는 사고와 관련되지만, 포괄적 위험은 충돌을 제외한 여러 가지 위험요소, 즉 화재, 도난, 폭발, 폭풍우, 우박, 물, 동물과 접촉 등과 같이 수동적인 위험요소이다.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입힌 손실은 차체보험 가운데 포괄적 위험에 해당된다. 고속 도로상에서 길을 건너던 사슴과 부딪혀 입은 손실도 포괄적 위험에 해당된다.

만일 위에 말한 보험을 들지 않고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폭풍으로 생생한 나무가 뽑히거나 쓰러진 경우에는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자연재해이니까! 그러나, 쓰러지기 일보직전 고목의 경우에 그 고목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주체, 이 경우에는 뉴욕시의 공원 관리국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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