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이 되는 한국음식

2006-11-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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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한국음식

김윤선(서울제일요리학원 한방기능성식품연구소 소장)

가을철 보양식품 - 마

한국의 가을풍경은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산들마다 형형색색의 옷을 갈아입고 많은 단풍여행객들을 맞이하는 한국의 산에는 먹거리 또한 다양하다. 가을철 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제철에 수확된 산마, 더덕요리, 버섯요리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을철 약선식품이자 약재로 이용되는 마는 미국에서도 동양마켓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다. 마(산약, 서여, 산우)는 서여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의 뿌리로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일정하게 생기지 않은 것이 자연산이요, 일정한 모양으로 일자로 쭉 뻗은 재배된 마라 하여 모양이 일정치 않은 마가 몸에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황갈색의 마의 껍질을 벗기면 하얀 속살이 보이고 끈끈한 점액이 나와 자양강장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마는 성질이 따뜻하고 단맛의 성미를 갖고 있어 가을철 건조해진 날씨에 몸의 진액을 보충해주고, 일교차가 커져서 힘든 몸의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는 약선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소화기 계통이 약하여 소화가 잘 안되고 설사를 자주하거나 폐의 기운이 약해 감기에 잘 걸리거나 신장의 기운이 약해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약선재료로 이용된다.
한국에서 마는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다. 필자도 충청북도 월악산에 갔을 때 산중턱에서 마와 요구르트를 섞은 음료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민간에서는 이렇게 간편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지만 보다 전문성을 갖고 접근해보면 몸의 기운을 보강하고, 체내 진액을 잘 생성시킬 수 있으려면 마는 꿀을 같이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가을에 수확된 들깨를 첨가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들깨는 껍질을 벗겨 곱게 빻은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부드럽고 먹기에 좋은데 예전에 할머니께서 가을철 차로 즐겨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들깨차를 마시면 피부도 좋아지고 배도 든든하며 맛도 구수한 것이 좋다고 하시며 드시던 차를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가정에서는 마켓에서 마와 껍질 벗긴 들깨가루, 꿀을 구입하여 믹서나 블렌더를 이용하여 물이나 우유와 함께 갈아서 마시면 먹기도 좋고 영양이 듬뿍 담긴 음료를 아침식사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마를 이용한 음식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가을철 제철 식품인 고등어나 꽁치조림을 할 때 마를 뚝뚝 잘라서 같이 조리면 파삭파삭한 질감이 꼭 감자나 고구마 같고, 생선의 비린내도 가실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혹은 마를 껍질 벗기고 두툼한 가래떡 모양으로 잘라 찜통에 쪄서 꿀에 재웠다가 기름에 지져 잣가루를 뿌려 먹는 서여향병이라는 전통음식의 형태도 있다. 서여향병은 맛이 달콤하고 쪄진 마의 질감이 부드러워 어린이나 노인들이 먹기에도 아주 좋은 음식이면서 후식으로 내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다. 혹은 집안에 환자가 생겼을 경우에는 죽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멥쌀을 깨끗이 씻어 죽을 쑤어 먹으면 위장이 약해 생기는 만성설사, 만성간염에 이용할 수 있다. 산약을 말려서 가루내어 찹쌀가루와 반죽하여 시루에 찐 마떡은 위장이 약한 사람들에게 아침식사대용으로 아주 좋아 추천할 만한 약선음식이다.
마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산약가루에 밀가루와 콩가루를 넣어 수제비를 끓여 만드는 산약발어(산약수제비), 산약가루로 단아한 다식문양에 찍어낸 산약다식, 또 빵에 넣어 만든 산약빵, 생마를 갈아 밀가루와 야채를 넣어 부친 산약전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가능하다.
마를 구입한 후 저장할 때는 신문지나 종이타월로 싼 다음 랩 포장하여 냉장실에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한편 미리 손질해 둔다고 껍질을 벗겨두면 색이 갈색으로 바뀌는 데 이것을 방지하려면 레몬즙 섞은 물에 살짝 담갔다 건져두면 갈변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몸에 좋은 마도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한다면 두드러기처럼 빨갛게 부어오르는 경우가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음식으로 이용할 때에는 산약가루의 경우 하루에 8-24g, 생마의 경우 10-30g정도를 이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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