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 이야기 ‘핼로윈에 무엇을 줄까 ‘

2006-10-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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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던 어바인 이웃은 할로윈이 가까우면 유난히 부산스럽다.
아이들이 많은 곳이라 일주일 전부터 캔디 준비를 톡톡히 해야 한다. 어둡기 전에 엄마를 대동한 어린 천사와 수퍼맨들이 가장 가까운 이웃부터 찾는다. 옆집 지미는 문에 들어오자마자 피아노 건반을 제멋대로 퉁퉁대다 나가고, 건너 집 애니는 캔디를 주자마자 엄마에게 보여주느라 넘어질듯 문지방을 나간다. 그 다음 혼자 다닐 수 있는 조금 큰 아이들이 한바탕 지나가고, 밤10시가 가까워오면 나보다 배나 큰 아이들이 대짜 베갯잇을 들고 문을 두드린다. 그때쯤 되면 캔디도 떨어지고 그 아이들이 섬뜩해서 아예 불을 끄고 침실에 숨어 있지만 오 분이 멀다고 부수듯이 두드리는 문소리에 가슴이 조인다.
몇 년 전 실 비치로 이사온 후부터는 내가 나섰다. 치렁치렁한 옛날옷을 꺼내 입고 모자를 쓰고 과자를 가득히 담은 바구니를 옆에 끼고 이웃 집 문을 두드린다. 벨을 누른 후, 한참 만에야 문을 여는 손에 과자를 쥐어드리고 이분들의 함박 꽃 미소를 담아온다.
핼로윈은 재미있는 날이다. 친구들이 모여 무서운 귀신 이야기를 해가며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아이들은 제 멋대로 치장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반년은 먹을 캔디를 얻어오니 얼마나 신나는 날인가.
그러나 핼로윈이 지금처럼 재미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주전 일 세기 정도에, 북 유럽에 살던 켈트족은 자기들이 섬기는 여러 신들 중에 죽음의 신이 10월31일부터 6개월을 다스린다고 믿었다. 이 기간 동안 불운이나 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이들은 무서운 얼굴의 호박, 잭 오 랜턴(A jack-0’lantern)을 켜놓는 풍습이 있었다. 그로부터 200년인 흐른 주후 83년에 천주교에서 지키는 성자(Saints)의 날, 11월1일의 전야인 10월31일을 ‘성자’라는 뜻의 ‘할로우’에다 ‘저녁’을 붙여 핼로윈(Halloween)이 된 것이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Trick or Treat’ “캔디를 주면 이 집사람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지만 캔디를 안주면 골탕을 먹일 테야.” 라고 공갈치는 이 말은 한 80여전부터 미국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켈트족에게 핼로윈은 가을의 마지막 날, 앞으로 닥칠 모진 추위와 어려움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의기투합의 날이다. 지금도 모양새는 다르지만 그런 어려움이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켈트족이 켜 놓았던 잭 오 랜턴 대신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따뜻한 미소로 무장하면 어떨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 집을 부서져라 두드리던 핼로윈 갱들을 피해 침실로 숨는 대신 그들을 웃음으로 반기며 캔디가 떨어졌다고 말을 했다면 그들은 캔디 몇 개를 얻은 것 보다 훨씬 더 기분 좋게 다음 집으로 갔을 것이다. 미소! 지친 사람에게, 실망한 사람에게, 무서움에 떠는 사람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미스테리한 힘의 미소를 미리암 바커 수녀님은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태양이 숨어 버리고 그림자가 밤처럼 드리울 때도/폭풍이 당신을 이리저리 떠밀고/모든 일이 순조롭지 않을 때도/미소를 지으세요.
계속 미소를 지으세요/해가 곧장 나타날 것입니다/그리고 절대로 무서워하지 마세요/구름은 걷히고 하늘은 곧장 맑아 질 테니까요.
비록 당신의 가슴이 터질듯 한다 해도/성난 하늘의 비처럼 눈물이 당신의 상한 영혼을 넘치게 할 때도/ 미소를 지어 보세요.
미소를 지으면/구름이 갈라지고 태양이 따스하게 비추듯이/하나님은 당신의 가슴을 평화와 기쁨으로/채워줄 것입니다. (미소를 지으세요. ‘Keep Smiling’에서)
아무래도 핼로윈의 가장 좋은 선물은 미소가 제일일 것 같다. 아무리 주어도 바닥이 나지 않고 받는 사람에게 기쁨을 안겨주니까.

김준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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