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숙희 기자의 주방일기

2006-10-25 (수)
크게 작게
식탁의 무기들

“나무젓가락은 위생저가 아니라 독극물 투성이의 살인저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각종 희귀질환을 유발한다”
“자장면 한 그릇에 화학조미료가 두 숟가락씩 들어간다”
최근 ‘SBS 스페셜’ ‘MBC 불만제로’ 등 한국 TV에서 건강과 관련된 고발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터져 나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중 특히 쇼킹한 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용기의 유해성으로, 그 내용을 듣고 보면 이거 원, 세상에 뭘 믿고 살아야할지 한숨이 쏟아져 나온다.
한달전 ‘MBC 불만제로’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거의 전량 중국에서 수입되는 나무젓가락은 아주 열악한 환경의 공장에서 표백과 곰팡이 방지를 위해 과산화수소, 아황산수소나트륨, 수산화나트륨(양잿물) 처리를 하고 탈크(활석가루)로 광택을 낸다고 한다. 그런데 아황산수소나트륨은 독성이 너무 강해 중국에서도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이고 이산화황은 천식을 일으키는 물질로서 만드는 과정중 손에 닿으면 안 된다고 일절 물을 사용하지 않은 채 세척과정이 전혀 없이 그대로 건조시켜 소비자에게 판매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무젓가락을 물에 넣으면 화공약품들이 바로 풀어져서 몸에 해롭다는 것으로 특히 뜨거운 음식에 닿았을 경우 그 유해성이 엄청나게 증폭된다. 따라서 굳이 나무젓가락을 사용해야 할 때는 물에 씻어서 사용하고, 식초나 뜨거운 액체에 절대 담가두지 말라는 것이다.
컵라면에 나무젓가락, 안 먹어본 사람이 있을까? 특히 라면, 우동, 짬뽕 먹을 때 나무젓가락은 필수고, 식초 담근 단무지 역시 단짝이다. 그런데 이런 화학약품이 나무젓가락 뿐 아니라, 김발, 아이스바 스틱, 이쑤시개에도 잔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증언이다.
이 젓가락의 유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작팀은 물고기로 실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쉬리’와 웬만큼 오염된 물에선 죽지 않는다는 ‘각시붕어’를 일급수가 들어있는 수조에 함께 넣고 나무젓가락도 넣었더니 쉬리는 3시간만에 죽고 각시붕어는 11시간만에 죽는다. 물론 나무젓가락을 안 넣은 수조의 물고기들은 무사하고.
한편 플라스틱 용기와 환경호르몬에 관한 ‘SBS 스페셜’ 역시 방영 직후부터 플라스틱 용기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유리용기 매출이 크게 신장하는 등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방송 내용은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아 얼린 밥을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다음 시험한 결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것. 환경호르몬이란 환경오염물질에서 나오는 가짜 호르몬으로, 이것이 체내 침투하면 진짜 호르몬처럼 정상적인 호르몬 기능과 성장프로그램을 방해하여 극미량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문제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들이 열을 가하지 않은 상온에서도 화학물질을 배출한다는 연구결과다. 가깝게는 식품포장용기에서부터 장난감, 식기, 랩, 샤워커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양의 플라스틱이 여기에 해당되고, 특히 심각한 것은 젖병, 장난감, 미술교재, 놀이방 매트 등 어린아이들의 손길이 닿는 용품에서 광범위하게 환경호르몬이 검출되고 있으며 심지어 아기의 손과 발, 엉덩이를 닦는 물 티슈에서도 포름알데히드가 안전기준의 7배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체내 성장프로그램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의 생식기능과 내분비기능이 환경호르몬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이 오늘의 현실이다.
가정도 안전지대가 아니어서 종이냅킨, 키친타월, 고무장갑 등의 주방용품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됐고 병 음료의 뚜껑에서도 유독화학성분이 나왔다고 한다. 그 뿐인가. 지금 내가 두드리고 있는 키보드, 모니터, 펜, 심지어 자동차 내장까지 죄다 플라스틱이니 현재 우리의 생활 속에서 유해물질 없는 환경은 찾기 힘들다고 봐야한다.
그러니 도대체 뭘 먹고 어떻게 살란 말인가? 산 속으로 도망쳐 나무집 짓고 농사지어 먹고 살 수도 없는 일. 식탁의 무기들을 다룰 때 다음의 몇가지 안전수칙이라도 지키며 가늘고 길게 살자.
첫째, 플라스틱 그릇에 음식을 담아 가열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는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담거나 냉장고에 오래 보관해도 환경호르몬이 나온다.
둘째, 거친 수세미로 닦지 않는다. 화학성분이 녹아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가공식품은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옮겨 담아 데워먹는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