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2006-10-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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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 이야기

왠수 한 마리 집으로 들어오다

쿵탁 콩탁… 콩콩콩… 쿵탁탁 콩탁탁 쿵쿵쿵…
아, 이 소리는 무엇인가. 밤마다 우리 집에서 들려오는 도토리 깨는 소리다. 이 소리 플러스 승욱이 장난감에서 울려나는 멜로디 소리. “엄마,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도토리를 까~~ 자고 내일 하면 안 돼? 엄마 망치소리에 승욱이 노래 소리와 함께 승욱이가 펄쩍펄쩍 뛰는 통에 나 정신 산란스러워 죽겠어~~” 아! 누가 우리엄마 좀 말려줘요.
늦은 저녁에 언니가 왔는데도 엄마는 언닐 쳐다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도토리에 열중이시다.
“엄마, 도토리가 그렇게 좋아? 엄마, 그러다가 다람쥐 된다!! 응? 엄마” 나하고 언니가 말을 시켜도 손은 부지런히 도토리를 까는 중. 어허 참. 이거 참. 이 일을 어찌할꼬.
난 언니에게 엄마가 너무 심하게 도토리에 집착, 애착하신다고 말했다. 그럴 때 우리 언니는 꼭 하는 말이 있다. “기도가 필요해. 우리가 엄마를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자.” 난 입을 삐쭉 내밀고 속으로 ‘누가 기도를 안 하냐? 다른 대책을 간구해야지. 매일 기도만 하래…’
그런 며칠 후, 언니가 강아지 한 마리를 들고 집에 왔다. 엄마를 위해 아주 명쾌한 답을 얻은 듯이 갓 젖을 뗀 강아지를 들고 집으로 온 것이다. “언니, 이거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나긴 샀지.” “엉? 이렇게 못 생긴 변견을 샀다고?” “이거 변견 아니야, 잡종이기는 해도 꽤 똑똑하대.”
그때부터 엄마와 나의 비난이 시작되었다. “야, 그런 개를 누가 돈을 주고 사오냐?” 그동안 살면서 여러 마리의 개도 키워보고 주변의 개들도 보았지만 저렇게 헝그리하고 시골스러워(촌스러운) 보이는 개는 처음 본다. 언니 말로는 개 종류가 치와와라고 하는데 전혀 치와와 같지 않은 변견이 우리 집으로 온 것이다.
엄마는 도로 갔다 주라 하고 언니는 엄마를 위해 사왔다고 집에서 키우라고 밀고 당기는 사이 얼른 큰 녀석이 강아지를 가로챈다. “엄마, 이모가 이거 나 주려고 사왔어? 와! 되게 이쁘다. 오늘부터 우리 집에서 이거 키울 꺼지? 엄마, 고맙습니다. 이모 고맙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 사달리고 조른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강아지가 눈앞에 보이니 큰 녀석이 완전 흥분했다.
엄마는 큰아이가 너무 좋아하니 며칠만 집에 데리고 있기로 하고 언니보고 강아지를 집에 놓아두고 가라고 하셨다. 아직 잘 걷지도 못하는 강아지가 나무바닥 위에 서서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있다. 난 강아지를 들어다가 승욱이에게 만져주었다. 뜨뜻하고 스물스물한 것이 손에 잡히니 더듬더듬 탐구에 들어갔다. ‘플래스틱 장난감은 아닌 것 같고, 흠,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이 이게 인형인가? 뭔가?’ 소리도 나지 않으니 뭔가 싶어서 주물주물 마구 강아지를 주물럭거린다. 아직 애기인 강아지가 아파서 낑낑거리니 그 소리에 승욱이가 허허 웃는다.
“욱아! 이거 강아지라는 거야. 너무 작지? 살살 만져야돼. 안 그러면 강아지가 아파해.” 옆에 서서 큰아이는 승욱이가 강아지를 어찌 할까봐 계속 소리를 지르며 “엄마! 욱이가 강아지 아프게 해. 그만 만지게 해!”
그 날부터 우리 집에는 도토리 까는 소리와 강아지 키우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기 시작했다. 강아지를 일주일 키워보니 큰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승욱이도 강아지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자기 살에 강아지 느낌이 들면 허허 웃으니 엄마는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도록 하셨다.
강아지 이름은 ‘예삐”라 불린다. 전혀 이름과 생김이 틀린 우리 집 강아지 예삐. 그런 예삐를 큰아이가 너무 사랑한다. 잠도 같이 자고, 밥도 같이 먹고 점점 나보다 개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강아지가 이젠 제법 커서 나무마루도 발톱을 세우고 잘도 걸어다닌다. 가끔 승욱이가 먹다 흘린 과자를 주워먹으며 간식을 나름대로 챙겨먹고 우리 집에 서서히 적응할 무렵…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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