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숙희 기자의 주방일기

2006-10-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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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카운티 보건국은 9월말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아침식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아침을 제대로 챙겨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고 살도 오히려 덜 찐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아침을 먹는 아이가 먹지 않는 아이보다 성적이 높고 결석률도 낮으며 비만이 될 확률이 적다는 조사결과를 밝히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아침식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침식사를 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수능성적이 19점 높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하루 세끼의 식사중 유독 아침식사에 대해서만은 사람마다 습관과 견해가 다른 것 같다. 아침을 먹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의학계의 단골 논쟁거리 중의 하나로, 반드시 챙겨먹어야 한다는 의견과, 사람마다 생체 리듬이 다르므로 배가 고프지 않다면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내 주위에도 아침을 먹지 않으면 힘을 못 쓴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점심 전까지 아무 것도 안 먹는다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심지어 매일 새벽 6시에 출근하면서도 아침을 절대 먹지 않는 습관을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도 있다.
굳이 그러한 의견을 가져서가 아니라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서’ ‘입맛이 없어서’ ‘전날 저녁 과식해서’ ‘다이어트 하려고’ 등의 다양한 핑계와 이유로 아침을 거르고 있다. 그리하여 ‘아침은 일꾼처럼, 점심은 황제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는 이야기를 귀아프게 듣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의 식습관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아침은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출근하여 담배나 커피로 빈속을 달래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적당히 때운 다음, 저녁이야말로 허리띠를 풀어놓고 양껏 먹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것도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고, 회식이니 손님접대니 해야하는 직장인의 경우 술과 기름진 안주로 배를 잔뜩 채우게 되어 건강은 갈수록 나빠진다. 그렇게 저녁을 포식하고 나면 다음날 아침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결국 악순환은 계속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습관과 생체 리듬이 다르다고는 해도 아침식사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잠자는 동안에도 신진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다음날 일어났을 때는 밤새 소모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것은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를 길거리로 몰고 나서는 만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 집의 경우, 이런 여러 가지 주장과는 전혀 관계없이 아침식사는 중요하다. 한번이라도 더 먹을 수 있는 끼니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먹기는 해야겠는데 잠은 더 자야겠고, 아슬아슬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과 등교 준비를 하려니 차분히 앉아서 먹을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 때문에 차안에서 먹을 수 있도록 싸들려 보낼 아침거리의 장만이 중요한 과제로서 나도 졸려 죽겠는데 그런 음식을 아침마다 준비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결국 단골 메뉴가 베이글, 토스트, 제과점 빵, 떡, 바나나 같은 것, 요즘은 고구마를 구워주기도 하고 시간이 넉넉할 때는 샌드위치를 싸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다 제쳐두고 우리 집의 아침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일주스다. 전에도 주방일기에서 한두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것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모든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아침 공복에 신선한 과일야채주스 한잔을 마시는 것은 종합비타민과 영양제를 매일 복용하고 각종 영양식을 골라먹는 것보다 훨씬 낫다. 벌써 3년여 생과일주스를 마셔온 우리 가족은 겨울이면 단골로 걸리던 독감에서 해방된 것은 물론이고 잔병치레 없이 정말 건강하다. 특히 나의 경우 제멋 대로였던 여러 신체기능들이 서서히 규칙적인 리듬을 회복하여 나이 들수록 더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아침마다 주스 3컵이 나올 만큼 준비하려면 매주 사들이는 과일야채(우리는 오렌지, 사과, 당근, 셀러리를 갈아먹는다)의 양이 상당하여 냉장고가 언제나 모자라는 고충이 있고, 전날 저녁 씻고 벗기고 토막내어 손질해놓는 일도 장난이 아니며, 가장 결정적으로 주서기 설거지가 너무도 귀찮다는 고충이 있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라면 뱀도 잡아먹는 우리 한국사람들, 그 정도는 못할 일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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