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식으로 세상을 바꾼다 아름다운 셰프 혁명가들

2006-10-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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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시카고에 위치한 찰리 트로터 레스토랑의 찰리는 전세 비행기를 이용하여 스페인 바르셀로나 근교에 살고 있는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를 초청하였다. 오하이오에 위치한 셰프 농장을 방문하기 위해서. 아니 누가 누구를? 지금 언급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은 대통령도 아니고 인기 연예인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셰프로 알려진 바르셀로나 근교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e)의 페란 아드리아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년 중 4월부터 9월까지 단 6개월간만 오픈 하는 엘 불리 레스토랑. 6개월 동안의 예약은 빈틈없이 다 채워진다. 10월부터 다음해의 예약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 당일로 예약은 완료되고, 예약을 원하는 이들은 복권에 당첨되는 듯한 기분으로 레스토랑으로부터의 간택을 기다려야 한다. 이 식당은 25가지 정도의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이며 가격은 일인당 250유로라고 한다.
문을 열지 않는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페란은 바르셀로나의 연구실에서 온갖 종류의 실험 단계를 거치며 온갖 종류의 소스와 새로이 태어나는 음식들을 선보이기 위해 연구에 심취한다. 새로운 음식의 탄생을 기다리며 셰계의 셰프들과 매거진은 엘 불리의 4월 오픈을 기다린다. 요식 업계의 페너미넌(phenomenon)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키친의 천재, 과학자, 하늘이 내린 셰프 등 갖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절대 이 이름을 실망시키지 않는 그는 지금 조용히 연구실에서 세상을 놀라게 할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면 온 지구를 다니며 신기한 새로운 야채들이나 1개에 60달러가 호가하는 새로 재배된 멜론의 냄새를 맡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럽에 그가 있다면 미국에는 일찍이 매스터 셰프로 불리며 미국인들의 음식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꿔버린 이가 있다.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 이제는 세상을 떴지만 매스터 셰프라는 명함보다는 선생으로 불리기를 원했던 사람이다. 12권이 넘는 요리책을 썼으며 각종 방송에서 요리를 체계적으로 가르쳤고 하버드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학위를 수여받았고, 에미상까지 휩쓴 영원한 셰프이자 선생이다.
프랑스 요리를 가정에서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요리 방송을 시작한 줄리아는 누구나 요리를 쉽게 배워 이용하도록 장려했으며 가르치는 것과 책 쓰는 것을 즐겼다. 줄리아 차일드가 남긴 책과 여러 요리방송은 지금도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미국 최초의 셀러브리티 셰프라고 해도 어느 누구도 반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이런 대가들과 더불어 소개하고 싶은 셰프는 1971년부터 지금까지 유기농 재료, 근교농장의 재료, 제철 재료를 사용하며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근교에서 셰즈 파니세(Chez Panisse)라는 한 레스토랑만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 앨리스 워터스(Alice Waters)이다. 앨리스 워터스의 철학은 최고의 재료, 근교에 위치한 농장들의 재료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신선한 재료, 자연에 가장 가까운 재료만을 사용한다는데 많은 이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슬로우 푸드 운동에 동참하는 많은 사람들의 대모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유명세를 이용하여 레스토랑을 수십개 오픈 하는 스타 셰프들과는 달리 레스토랑은 하나로 유지하면서 단체를 만들어 여러 어린이들과 바른 음식보급에 앞장서는 운동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단연코 영양력 있는 셰프인 그녀는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먹는 급식에 깊이 참여하여 아이들이 자연에서 직접 가꾼 음식을 보고 먹고,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도록 하며, 새로운 다음 세대의 음식에 대한 근본을 바꾸고 학교 급식의 개념자체를 건강식으로 바꾸고자 꾸준히 노력하여 그 박수를 받기도 했다. 셰프이기 전에 세상을 바꾸는 운동가라는 찬사가 더 옳을 듯 싶다.
이와 같은 운동을 하는 영향력 있는 셰프로는 영국의 젊은 네이키드 셰프,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있다. 학교의 급식을 푸른색으로 바꾸며, 건강한 음식이 맛도 좋다는 것을 아이들의 머리에 인식시키고 있다. 그 역시 질낮은 학교급식을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15(Fiteen)이라는 레스토랑을 세번째로 열어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버려지고 문제아가 되어 기회를 일찍 잃어버린 틴에이저들을 상대로 새로운 삶의 기회를 부여하는 곳이 바로 그의 식당과 재단 15(Fiteen)으로 레스토랑의 모든 요리사들은 틴에이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일을 하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기회를 주고 이탈리아로 음식여행까지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셰프들은 돈벌기에 급급한 셰프들, 유명해지기 바쁘게 교만해지기에 더 바쁜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이다. 음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해주는 이들이다. 그들이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음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입과 시간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꾸는 진정한 셰프 혁명가들이라고 하고 싶다.
참고 웹사이트 www.elbullie.com www.chezpanisse.com www.fifteenrestaurant.com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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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워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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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란 아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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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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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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