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식 없이 표현하는 보석의 아름다움

2006-10-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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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이란 단어를 직역하면 우리 것이 아닌 다른 느낌이란 뜻이다.
예전 한국 드라마에 외국인들이 등장해 그들이 조크와 큰 몸짓을 할 때마다 이국적인 느낌을 받아서 새로웠던 기억이 난다. 할리웃 영화를 볼 때,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동양인을 보면 막연한 정다움을 느끼는 우리와 대조적으로 서양인들은 아시안 문화를 ‘이국적’이라는 이름으로 향유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은 바로 ‘젠’. 이는 서양의 ‘미니멀리즘’ 과 동양의 ‘선’ 사상이 믹스 매치된 스타일이다. ‘젠’은 ‘참선’의 일본어. ‘참선과 명상, 정갈함’ 등의 동양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서양인들의 호기심은 패션, 요리,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패션에서의 젠 열풍은 거세다. 안나 수이나 비비안 탐 등은 세계 패션계에 ‘젠’ 신드롬을 일으킨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보석 디자인에서도 ‘젠 ‘열풍은 뜨겁다. 내추럴한 분위기에 어딘지 모를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이국적인 자태로 고객을 유혹하는 젠 스타일의 보석 디자인이 한창 유행이다.
화려하게 세공된 값비싼 보석들이 여전히 소비자들의 눈에 익숙한 현실에서 별다른 장식 없이 보석 자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 주얼리들은 의외로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다.
아마도 늘 정제된 생수를 마시다가 인적 드문 깊은 산 속의 바위틈을 흐르는 자연의 물을 마실 때의 그 순수함과 청초함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젠 스타일은 자연친화적이다.
단순한 듯 하지만 옆에 두고 오래 지켜보아도 질리지 않고, 직선이 많은가 싶으면 곡선이 살짝 가미된다든지 차분한 색이 주조인가 하면 어느새 오렌지나 레드들의 강렬한 원색이 매치되면서 포인트가 되는 그런 디자인. 간결하면서도 단아한 ‘선’ 을 살린 이런 ‘젠 스타일’을 보면서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함이나 바로크 시대의 웅장함과 같이 현대는 바로 ‘젠’의 시대가 아닐까 싶다.
보석 역시 차고 넘치는 화려함보다 절제와 생략의 조화로움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그런 기호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득 ‘우리 몸에 맞는 물’이란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과연 우리의 몸과 머리는 생활 속에서 만족과 안정을 얻기 위해 어떤 즐거움을 추구할 것인가? 생활 속의 예술… 나만의 미학…
단순한 생활 속의 숨어있는 보물을 찾기 위한 나만의 즐거운 미학 여행을 떠나보자.

메이 김 <젠 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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