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46’ 멋쟁이 남자의 황홀한 여성편력

2006-10-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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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추억과 후회에 매달리는 불치의 로맨틱 왕 카-와이의 영화는 얘기를 무시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무아지경이다.
이 영화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육감적인 여자들과 올백한 머리에 기름을 칠한 멋쟁이 남자간의 키스와 포옹과 뜨거운 정사와 짙은 원색감을 발산하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총천연색 컬러 그리고 현혹적인 프로덕션디자인 및 청삼을 비롯한 스타일 좋은 의상 등이 눈을 거의 피곤하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왕 카-와이는 또 고전음악과 라틴음악과 칵테일음악을 절묘하니 혼성 사용해 듣는 기쁨 또한 크다.
이 영화는 역시 왕 감독의 영화로 토니 륭과 매기 청이 주연한 ‘사랑하고픈 기분이지요’(In the Mood for Love)의 속편 격으로 제목은 ‘사랑하고픈…’에서 매기와 토니가 혼외정사를 하던 호텔방 번호이자 홍콩이 50년간의 영국의 특별관리구역으로 있다가 중국에 완전히 귀속되는 해를 말한다.
차우 모-완(륭)이 싸구려 소설작가와 남창 노릇을 함께 하면서 4명의 여자와 관계를 맺는 영화는 2046년으로부터 시작된다.
곧 이어 시간은 1966년으로 돌아가면서 차우의 4명의 여자가 차례로 1966-69년 사이의 12월 24일에 각기 소개된다.
왕 감독이 좋아하는 가수 냇 킹 코울의 ‘크리스마스 송’이 나오고 여자들은 호텔 2046호에 그리고 차우는 그 옆방인 2047호에 각기 투숙한다. 첫 여자는 차우의 싱가포르의 연인 수 리 지엔(공리). 차우는 함께 떠나자는 것에 반대하는 수를 두고 혼자 홍콩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차우가 처음 만나는 여자가 쾌락파 룰루(카리나 라우). 두번째 만나는 여자는 호텔주인의 꼬마 요정 같은 딸로 일본인 애인을 둔 왕 징웬(페이 웡).
차우는 왕을 모델로 공상과학 소설 ‘2046’을 쓴다. 마지막 여자가 창녀 바이 링(지이 장). 차우와 기절할 정도로 고혹적인 바이 간의 뜨거운 사랑이 영화의 절정이다.
과거에로의 회귀의 불가능에 관한 로맨틱한 엘레지인데 사랑하는 남녀가 섞였다 풀어졌다 하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 나른하게 유혹적이다. R.(사진)

‘무간도’ (Infernal Affairs)

현재 상영중인 ‘떠나간 자들’(The Departed)의 홍콩판 원작. 토니 륭과 앤디 라우 주연으로 기막히게 재미있다. 13~14일 뉴베벌리 시네마 동시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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