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What a wonderful world!

2006-10-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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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그러나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추운 겨울 같이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 어느덧 모든 것이 풍요롭게 느껴지는 가을의 길목, 10월이 중순을 향해 달려간다. 거의 대부분의 부동산 에이전트, 융자, 보험, 에스크로 등 부동산에 관련된 사람들이 각자 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로를 만나면 앞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 그리고 현 마켓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대감 등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본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벌써 ‘전업’에 관하여 심각하게 고려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필자 또한 처음에는 너무나 조용한 마켓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느덧 ‘적응’이 된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지금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서 곁에 있어도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던 내 자신을 반성하고 그 소중함의 아름다움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인 듯하다.
며칠 전 어느 오전 손님을 만난 후 늦은 점심으로 햄버거로 요기를 하고 있을 때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은 푸른 하늘 속에서 눈부시고 따사로운 햇살에 날개를 싣고 유유자적하며 날아가는 새들과 멀리 있지만 그 싱그러운 녹색 내음이 선연한 산, 그리고 서로를 의지하며 정겨이 걸어가는 한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다소 쓸쓸하게 비추어질지 모르는 풍경이었겠지만 그 순간 나에게는 형언할 수 없는 평안함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선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 노부부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후 다시 내 귓가에 들려온 것은 어린 학생들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소리였다. 순간 ‘사람 사는 것이 다 이런 것이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평소 잘 즐기지 않는 커피를 들고 차에 타서 시동을 걸자마자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내게는 너무나 친근한 노래인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가 라디오의 전파를 타고 흘러나왔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슬픈 일이 있으면 반드시 기쁜 일도 있기 마련이고 또한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란 믿음을 갖도록 하자.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도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오히려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하자. 좀 더 멋진 그리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새로운 인생의 결실을 수확하기 위해서 말이다. 힘든 삶속에서도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지 말자. 이 아름다운 세상을 주신 뿐께.

에릭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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