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 ‘도박중독’

2006-10-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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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 동안 남가주 일대에 많은 카지노가 생겼다. 굳이 라스베가스까지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갬블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지노는 사람들의 흥미를 고조시키는 곳이다. 여러 종류의 게임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한 순간에 많은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은 가히 마력적이다. 돈을 걸고 하는 게임은 스릴만점인데, 도박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몰려나오며 극치감을 더해 주기 때문이다. 이 극치감은 상당히 유혹적인 심리적 미끼가 되어 어떤 사람들은 결국 도박중독에 빠지게 된다. 중독은 강박적인 욕구이다. 자신도 모르게 점진적으로 얻게 되는 질병(progressive disease)이다. 사람들은 3단계에 걸쳐 이 충동성 질병에 점진적으로 병들어간다.
첫째는 ‘이기는 단계’이다. 어쩌다 한번 크게 이긴 경험은 자신이 계속해서 더 이길 것이라는 극도의 낙관적인 느낌을 갖게 하는데 이 흥분감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건다.
두번째는 ‘잃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도박자는 이기지도 않은 게임을 허풍스럽게 자랑하며 혼자서 도박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돈을 빌리고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은 ‘잃어버린 것을 쫓아감’(chasing loss)이다. 자신이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가능한 빨리 도박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몰리는 것이다.
마지막은 ‘자포자기의 단계’이다. 이 때는 도박으로 보내는 시간이 극도로 많아지며 자신의 삶이 해체되어 가는 결과들을 보며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회생활에서 소외되며, 후회와 분노, 절망감 등으로 자살을 생각하거나, 이혼, 체포, 마약 등의 문제들을 동반하게 된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도박중독은 자신과 가족들에게 치명적이다. 도박 때문에 시간과 재정, 명예 등을 잃어버렸는가? 돈을 잃은 후 그 돈을 다시 찾기 위해 꼭 다시 돌아가야만 하며, 도박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써야 할 곳에 돈을 쓰지 않는가, 남에게 돈을 빌리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경험하는가, 또 걱정과 근심을 잊기 위해 도박을 하며, 자신이 계획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머물며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도박을 해야 하는가? 도박을 하기 위해 물건들을 팔고 다른 가족들의 안녕을 상관하지 않게 되었는가? 이러한 물음에 몇 번의 예스가 나온다면 당신은 도박에 중독되어 있다.
도박중독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이 도박에 중독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만둘 수 있다며 중독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박중독자의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러한 가족들을 위해 익명 단도박 모임(Gambling Anonymous)을 비롯, 많은 인터넷 정보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도박중독은 전문가의 도움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소위 자기 의지력으로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고쳐지리라 생각하는 것은 중독의 병적 심각성을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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