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 이야기 ‘올 가을맞이는 풍미한 생강으로 ‘

2006-10-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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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을 처음 찾아낸 사람은 중국의 뱃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배 멀미를 해결했으니 생강이 보물 중에 보물일 수밖에 없었겠지요. 이 말을 들은 아랍 상인들은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느라고 온갖 애를 써가며 겨우 출처를 알아내고 생강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철저한 경비를 해가면서 그리스와 로마로 생강을 운반하여 거금을 벌었답니다. 그러니 영국에서 생강 한 파운드에 양 한 마리 값이었던 것이 당연하게 들리지요. 물론 중세시대 이야기입니다.
이때부터 그리스의 부자나 귀족사회에서는 으레 식탁에 생강이 있어야만 격을 갖춘 상차림으로 알았습니다. 왜 생강이 이렇게 중요했느냐고요? 소화제로 쓴 것이지요. 식후에 생강을 먹으면 배에 차는 개스와 트림을 막아주고 배를 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부자들은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포식을 한 후에 생강을 빵에 싸서 먹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진저 브레드(Ginger Bread)가 되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 독립전쟁 당시 군인들 휴대식량 통(ration box)에는 생강으로 만든 후식이 꼭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뉴잉글랜드 지방에서는 생강 잼을 만들었고 영국과 미국에서는 진저비어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서인도 제도에서는 소화에 좋다는 생강 음료수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진저 에일(Ginger Ale)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서 파는 진저 에일은 생강 향만 넣어 만들거나 생강을 넣어도 극히 소량이기 때문에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그러니 집에서 진저 에일을 만들어 보세요. 간 생강 1티스푼을 3컵 물에 넣고 높은 불에 잠깐 끓이다가 낮은 불에 20분간 더 끓인 후 생강은 걸러내고 ¼컵 설탕과 ¼티스푼의 레몬주스를 넣으면 훌륭한 진저 에일이 됩니다. 1컵의 탄산수를 넣으면 거품까지 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생강은 배 멀미뿐 아니라 자동차, 보트, 비행기 멀미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수술 후 마취약 때문에 오는 메스꺼움, 키모테라피 후에 느끼는 메스꺼움도 없앨 수 있다고 합니다.
인도에는 옛날부터 ‘좋은 것은 몽땅 들어 있는 것이 생강이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최근 생강에 관심을 두고 연구한 학자들은 생강이 400여가지의 성분으로 되어 있다는 것과 비타민과 무기물, 특히 비타민 C, 인, 칼슘, 망간이 많다는 중요한 발표를 했습니다. 또 비타민 E보다 몇 배가 강한 항산화제가 12가지가 있다는 것도 알려졌습니다. 그러니 생강을 많이 먹으면 노화를 방지하고 수명을 늘리고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한다는 뜻이지요.
싱싱한 날 생강 또는 말린 것이 의료적으로 효과가 더 좋답니다. 생강에는 지방을 분해시키는 성분도 있어서 신진대사가 잘 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편두통을 막아주고 피 응고를 막아 심장질환을 낮추어 줍니다. 또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때문에 간이나 담낭의 부담을 덜어 줍니다. 이런 연구 논문들이 의료 잡지에 발표되기 이전부터 인도에서는 심장질환으로 찾아오는 환자에게 매일 생강가루 반 숟갈씩 먹도록 권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생강은 신경통, 관절염으로 오는 통증, 염증과 부기를 가라앉힙니다. 이때 먹는 생강뿐만 아니라 생강 물에 목욕을 해도 몸 안에 있는 독소가 빠지므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반 파운드의 생강을 강판에 갈아 즙을 짜서 따끈한 목욕물에 넣고 15분간 탕에 들어가 있으면 통증이 사라지고 앨러지, 비염, 감기로 막힌 코까지도 풀립니다. 목욕이 어려우면 따뜻한 생강 물에 발만이라도 담가 보세요. 말린 후에 계속 발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효과를 더 본다고 합니다.
옛날부터 생강차는 감기나 독감에 걸린 사람들이 즐겨 마시던 것입니다. 생강은 면역성을 강화시켜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고 염증이나 열을 내리고 기침을 가라앉힙니다. 또 술, 스트레스, 약물복용, 아스피린으로 인해 상한 위에도 효과적인 치료제입니다.
이렇게 좋고 구하기 쉬운 생강을 매콤하게 우려내어 꿀을 타고 잣을 띄워 가족 또 친구들과 마시면서 몸과 마음이 살찌는 풍요한 가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김준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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