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M 오픈

2006-10-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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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오픈

올해 H&M이 독일 출신 디자이너 빅토 앤 롤프와 손잡고 내놓은 올 겨울 컬렉션의 패션쇼의 한장면.

이주현 기자의 ‘트렌드 따라 잡기’

드디어 문을 열었단다.

기다리고 고대하던 남가주 H&M의 첫번째 스토어로 기록될 패사디나점이 지난달 21일 대망의 그랜드 오픈을 한 것이다.
올드 패사디나 한가운데 ‘커밍 순’(coming soon) 간판을 요란하게 매단 지 족히 1년은 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H&M의 오픈을 손꼽아 기다려온 모든 패셔니스트들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오픈이 있기 하루 전 밤부터 몇몇 열성적인 H&M의 팬들은 상점 앞에 진을 치고 밤샘 줄서기를 하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오픈이 사흘 지난 24일 들른 H&M의 열기는 식기는커녕 더 활활 타고 있었다. 일요일 오전 10시도 되기 전부터 패사디나의 이른 아침 정적을 깨고 상점 정문에서부터 건물을 돌아서까지 젊은 여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나 역시 H&M의 오픈을 손꼽아 기다려온 사람의 한 사람이긴 하지만 줄까지 설 엄두까지 내지는 못한 채 이곳 저곳 다른 상점들의 윈도 샤핑 끝줄이 좀 줄어든 틈을 타 매장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매장 안은 예상대로 북새통이었다. 웬만한 물건은 이미 ‘솔드 아웃’(sold out)이었고, 2층 매장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다시 한번 줄을 서야 하는 황당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옷 가격은 예상대로 저렴했고, 샤핑객들은 저렴한 가격과 유럽 필 팍팍 나는 이 트렌디한 디자인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특히 H&M의 액세서리는 3~10달러대로, 트렌디한 디자인에 품질도 좋아 여성들이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샤핑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혹시나 하고 나갔다 역시나를 외치고 돌아오는 소개팅처럼 H&M에서 정작 건질 만한 물건은 많지 않았다. 한 시즌 트렌디한 디자인을 저렴한 값에 입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유혹적이긴 하지만 잔뜩 기대를 품은 이들에겐 성에 차질 않은 셈이다. 그러나 아메리칸 스타일의 이지 캐주얼에 질린 이라면 한번쯤 들러 건질 만한 것들은 분명 있다.
H&M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럽판 갭(gap)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웨덴이 국적인 H&M은 창업주인 한스와 모리스가 동업을 했다 하여 앞 글자 하나씩을 따 H&M이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작명만 놓고 보면 참으로 성의 없고 촌스럽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최근 몇 년새 H&M은 패션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저렴한 가격과 유행의 최첨단을 바로바로 생산하는 기민성으로 H&M은 주머니 가벼운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 받아왔다.
특히 3년 전부터 시작한 세계 최고 디자이너들과의 합작 프로젝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H&M의 이름을 패션 리더들에게 각인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그 첫번째 파트너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였고 두번째 주자는 지난해 스텔라 맥카트니였다.
그리고 이 명품 브랜드와의 제휴는 계속되는데 올해 파트너는 독일 출신의 빅토 앤 롤프(Viktor & Rolf)다. 아마 11월 초 이들 라인이 전시되는 전날 밤에는 다시 한번 이 일대가 노숙하는 패션 피플로 넘쳐날 것으로 보이다.
지난해 스텔라 맥카트니의 라인 사진만으로도 열광해 마지않았던 나를 비롯 샌프란시스코까지 운전해서라도 만나보고 싶은 열정에 사로잡힌 이들이라면 잔뜩 기대를 품어볼 만하다.
페미닌 하면서도 지나치다 싶을 만큼 로코코 풍의 낭만이 가득한 이들 두 남성이 뿜어내는 열기가 H&M의 실용성과 만나 어떤 조합을 빚어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참고로 H&M의 남가주 두번째 매장은 베벌리센터 내에 다음달 10일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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