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떡, 형형색색‘화려한 변신’

2006-10-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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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형형색색‘화려한 변신’

시루당의 이현숙 사장이 세련되고 깔끔한 포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떡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진천규 기자>

“한 입에 쏙” 먹기 편하고 맛도 좋아 외국인 고객도 많아

떡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한동안 빵과 케이크에 눌려 빛을 보지 못했던 떡. 돌잔치, 차례, 제사, 환갑 잔치, 결혼 폐백 등 각종 전통의례에서나 볼 수 있는 구시대 유물쯤으로 취급받으며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 받던 떡이 최근 고정 관념을 깬 세련되고 앙증맞은 모양과 새로운 맛으로 화려한 변신을 거듭했다.
이제는 나이 든 어른들만이 아닌, 젊은 계층으로부터 폭 넓은 사랑을 받는 신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떡은 설탕과 버터, 밀가루가 주원료인 빵에 비해 몸에 좋은 찹쌀 혹은 멥쌀 가루로 만들며 대추, 생강, 한약재와 콩고물, 팥고물, 녹두, 깨와 잣, 꿀 등 몸에 좋은 천연재료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에 진정한 웰빙 식품이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변신한 떡은 한 입에 쏙 들어가 먹기도 좋고 맛도 좋아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좋은데 최근에는 포장이나 박스 또한 세련되고 깔끔해지면서 선물용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떡으로 만든 각양각색의 떡 케이크가 등장했으며, 한국에서는 떡과 차를 서브하는 일명 ‘떡 카페’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머지않아 세계 곳곳에서 한국 전통 음식인 떡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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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당의 설기떡과 약과. 고구마와 호박, 쑥, 팥, 딸기, 초컬릿, 포도 등으로 알록달록 색을 입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웰빙식품”
퓨전 떡 신세대도 즐겨찾아

떡 전문가들은 그 동안 한국 젊은이들이 떡을 접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아 떡을 멀리했지만 일단 맛을 알게되면 쫄깃쫄깃한 떡 맛의 매력에 푹 빠지게될 것이라며 떡이야말로 김치 다음으로 세계화시킬 수 있는 전통식품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LA 한인타운에도 크고 투박한 전통 떡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형형색색의 신세대 퓨전 떡이 선보이면서 떡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6가와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떡집 ‘시루당’은 크고 뭉툭하며 손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해 먹기 불편한 전통 떡의 단점을 보완, 예쁘고 아기자기한 떡을 한번에 먹기 좋은 사이즈로 포장 판매해 중년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시루당의 이현숙 사장은 “타주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있고 외국 손님도 많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로 평가받는 시대”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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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기 떡과 후두, 잣, 대추 등으로 앙증맞게 모양을 낸 떡 케이크>

▲떡과 한민족
‘누워서 떡 먹기’ ‘밥 위에 떡’등 한국 속담에는 떡에 얽힌 내용이 유난히 많다. 심지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말하는 호랑이 이야기까지, 떡은 한인들에게 잘 알려진 민화에 자주 등장하면서 우리 민족과는 늘 친근하고 가까운 음식으로 자리잡아 왔다.
떡은 농경문화에서부터 발달해 왔는데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국시대 이전부터 떡을 즐겨 먹어왔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음식이다. 고려시절에는 불교가 융성해 육식을 절제하고 차를 즐겨 마셨는데, 차와 곁들이는 다식으로 떡을 즐겼으며, 조선시대에는 농업의 발달과 함께 더욱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천지신명이나 조상을 위해 드리는 제사상에 떡을 올렸으며, 돌잔치, 백일잔치, 차례, 제사, 환갑 잔치, 결혼 폐백 등 각종 전통의례의 대표메뉴로도 떡을 준비하는 등 중요한 행사의 단골메뉴는 다름 아닌 떡이었다.
어디 이 뿐인가. 온갖 경사가 일어나면 떡을 지어 이웃들과 나눠먹으며 정을 확인했으며 잔칫집에서는 손님들에게 떡을 싸서 집에 보냈다. 며느리가 시집 웃어른께 이바지를 보낼 때도 떡은 언제나 단골 메뉴를 차지했다. 이처럼 떡은 친지,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최고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한인 문화에서 빠져서는 안 될 주요 음식으로 자리잡아온 것이다.

▲떡의 종류
떡은 조리법에 따라 네 가지로 나뉘는데 ‘찌는 떡’과 ‘치는 떡’ ‘빚는 떡’ ‘지지는 떡’이 있다. 찌는 떡은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넣고 찌는 시루떡, 증편, 모듬배기 등이 있는데 은은한 단 맛이 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찹쌀이나 쌀가루를 시루에 찐 뒤 절구에 쳐서 만드는 치는 떡은 쫄깃한 맛이 일품인데, 고물을 묻혀먹는 인절미와 찹쌀떡이 대표다. 지지는 떡으로는 진달래 화전, 부꾸미 등이 있는데 꽃이나 천연색소를 사용해 만들며 화려한 맛이 있는 별식이다. 빚는 떡은 녹두고물이나 콩고물, 팥 등을 넣어 빚는 송편이나 경단 등이 있는데 모양이 예뻐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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