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션으로 꿈파는 ‘23세 구매담당’

2006-09-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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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스타 단골 옷가게 ‘키트손’ 미미 강씨

세일즈 우먼 입문, 2년만에 ‘최고 판매왕’
패션 감각 탁월… 내 브랜드 만드는게 꿈

“옷이 좋아요. 패션이 좋고요. 특별한 이론이나 기술이 아니라 패션은 감각으로 승부하는 거죠.”
베벌리힐스에서도 트렌디한 옷가게들만 모여 있는 곳으로 소문난 로벗슨 블러버드. 그 중에서도 패리스 힐튼, 린지 로한, 니콜 리치 등 ‘한 패션’ 한다는 할리웃 스타들의 단골 옷가게로 정평이 난 키트손(Kitson). 이 패션 아이콘의 중심에 한인 여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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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패션 리더들로 붐비는 베벌리힐스의 키트손 매장에서 미미 강씨가 포즈를 취했다. <진천규 기자>

키트손 구매담당 미미 강(23)씨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그가 오늘의 키트손을 있게 한 마이다스 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트손은 특정 브랜드를 판매하는 단독 매장이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는 편집매장이다. 결국 키트손의 사활 여부는 어떤 브랜드를, 어떤 옷들을 구매해 진열해 놓느냐에 달렸다.
이 사활의 열쇠를 쥔 이가 바로 구매담당자일 수밖에 없는데 2년 전부터 구매담당으로 일한 미미씨 덕분에 키트손은 최근 몇 년새 급성장을 했다.
“유럽으로, 미국 전역으로 구매를 하러 다녀요. 유명 패션쇼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미팅을 통해 브랜드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하죠. 지금 시각에서 보면 이게 유행할까 싶기도 하고, 어떨 땐 너무 황당한 디자인도 있지만 유행이란 게 원래 기존의 시각을 뛰어 넘는 것이니까 현재에 안주해서 구매할 수만은 없는 거죠.”
샌프란시스코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다 어려서부터 꿈인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4년전 LA에서 패션스쿨을 다녔다. 그러다 아르바이트 삼아 유명 매장인 키트손에서 세일즈 우먼으로 일하다 매달 ‘최고 판매왕’으로 뽑히면서 주인의 눈에 ‘콱’ 찍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전격 구매담당으로 스카웃 됐다.
2년 전부터는 아예 학교도 작파하고 풀타임으로 일하게 됐다. 할리웃 스타들이 들르면 가장 먼저 만나고, 패션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이도 미미씨라고 하니 이 바닥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가 돼가고 있다.
“요즘이야 워낙 믹스 앤 매치가 대세라서 옷 입기가 쉽진 않지만 전 개인적으로 페미닌하면서도 캐주얼한 옷을 좋아합니다.
단순한 티셔츠라 해도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갖출 수 있고, 반대로 여성스러운 옷이라고 해서 반드시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옷이 아닌 투박하면서도 빈티지 느낌이 물씬 날 수도 있는 거죠. 이런 예상을 찌르는 디자인과 트렌드를 구매한 것이 패션리더들에게 적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감각하나만으로 미미씨가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는 그의 하루일과는 일주일중 사나흘씩은 사람들을 만나고, 패션 행사에 참석하느라 저녁 늦게까지 연장된다.
어찌 보면 일중독자처럼도 보이는 그이지만 패션 이야기만 나오면 다시 눈이 반짝거리는 그를 보면 천상 패션 피플처럼 보인다.
“아직은 현재 일을 100% 즐기고 있어요. 물론 어려서부터 꿈인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굴뚝이지만 아직은 필드에서 더 경험도 쌓고 지식도 얻고 싶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반드시 꿈을 이룰 겁니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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