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2006-09-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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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기

승욱이의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승욱이의 UCLA 예약날짜다.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승욱이의 청력검사와 더불어 담당 청력사를 만나는 날이다. 승욱이 담당 선생님인 ‘지나’가 승욱이의 오래간만의 병원방문에 조금 의아한 눈치다. “하이!! 너무 오래간만이네. 그동안 집안에 일이 좀 있어서 병원에 오지 못했어.” 지나는 “승욱이 청력 검사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렇게 오래간만에 온 거야?” 난 좀 겸연쩍게 “음…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 그 순간 지나가 너무 미안하다고 한다. 참… 한국정서와 좀 다른 것이 이런 것이다. 가족 중에 누가 돌아가셨다면 미국사람들이 왜 그리 미안하다고 하는 걸까? 그쪽에서 미안할 것은 하나도 없는데… 쩝.
오래간만의 병원예약에 승욱이 청력검사도하고 임플란트에 채널도 수정을 하였다. 임플란트 한 지 반년이 지나가지만 엄마인 나도 아직까지 승욱이가 얼마만큼 듣는지 모른다. 지나의 여러가지 질문 속에 와우이식 전문 스피치 선생님은 구했냐고 묻는다. 난 아직도 못 구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 지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잠깐만 전해줄 것이 있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지나가 쿵쿵쿵 소리를 내면서 뛰어오더니 숨을 헐떡거리며 파란색 팜플릿 하나를 건네준다. “여기… 헉헉헉… 여기, 전화해봐.” ‘뭐야? 뭐 그리 대단한 것을 준다고 저리 뛰어갔다 온거야?’ 헉? 와우이식 전문 스피치 선생님? 우잉?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네? (자격증을 소유한 와우이식 전문 선생님은 LA근방 50마일 안에 6명이 있다)
6세 이상의 아이들만 스피치를 개인적으로 가르쳐준다는 팸플릿 안에 ‘브릿지뜨’ 라는 이름이 적혀져있다. 와우이식 전문 스피치 선생님을 소개받은 것이다. 그토록 찾아보려 해도 선생님이 있는 곳이 버뱅크 지역으로 너무 멀거나, 6세 미만만 가르치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쉽게 찾았지? 한달 전에 팸플릿을 받아둔 것이 있어서 혹시 승욱이가 스피치 선생님을 구하지 못했으면 주려고 기다리고 있던 참이란다.
UCLA에서 집으로 오는길에 바로 브릿지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전화는 메시지를 남기라는 소리만 들려온다. “안녕하세요, 저는 승욱이 엄마입니다. 저희 아이는 여섯살 반이구요, 와우이식 받은 지는 7개월이 넘어가고 있고, 스피치 선생님을 애타게 찾고 있는 중에 UCLA 지나에게서 전화번호를 받았습니다. 승욱이의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승욱이에게 말을 가르쳐주세요.”
저녁 무렵 브릿지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를 들으니 아주 젊은 여자다. 그리고 잔 트레이시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는 스피치선생님이었다. 난 반갑게 그 클리닉에서 부모모임 다녔었다고 했다. 우린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고리가 생겼다.
이러저런 대화 중에 선생님이 깜짝 놀란다. “네? 아이가 눈도 보지 못 한다구요?” 난 속으로 ‘아… 이를 어쩌지? 못 가르치겠다고 하면 어쩌지? 나중에 말할 걸…’ 브릿지뜨는 한번도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는 가르쳐 보질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반짝 지혜를 주세요! 하나님! 난 자신있는 목소리로 “그치? 한번도 가르쳐 보지 않았지? 이렇게 시각장애랑 청각장애가 같이 있는 아이는 만나보지도 못했을 거야. 그럼, 이번을 처음으로 한번 가르쳐봐. 애가 생각보다 똑똑하다니까” 윽! 팔불출엄마, 자기새끼가 똑똑하다고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네? 브릿지뜨가 약간 당황하는 눈치다. 승욱이가 속해 있는 교육구가 어디냐고 묻는다. 교육구의 승욱이 특수교육담당 디렉터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신도 교육비를 교육구에서 받아야하기에 지금 가르치겠다 어쩌겠다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난 내가 먼저 교육구에 전화를 걸어서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전해주겠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난 승욱이 담당 교육구 디렉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승욱이의 스피치 선생님을 찾았다고 전화를 했다. 승욱이 담당자의 이름은 ‘진’이라는 여자다. 진 역시도 승욱이 스피치 선생님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던 중이라 너무 반가워한다. 난 무조건 브리짓뜨라는 여자가 승욱이 스피치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그 선생님을 놓치면 정말 언제 승욱이 스피치 선생님을 만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 아이의 특수교사를 찾고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다. 내 아이의 꼭 필요한 부분의 특수교사를 찾으려 많은 장애 부모님들은 오늘도 무수히 쫓아다니고 애를 태우고 있다. 한국부모님들은 정보가 부족하여, 비용 때문에, 적합한 선생님이 없어서, 혹은 영어 때문에 적지 않게 더 힘든 길을 가고 있다.
한인 2세들이 더 많은 특수교육 분야에 진출해서 우리들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면 어떨까?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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