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일 ♥ 음식 궁합 맞추면‘환상의 맛’

2006-09-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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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물론 신선한 그 자체로 음미하는 것. 그러나 하늘이 준 디저트라며 신선하게 먹는 것만이 과일을 섭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또한 예로부터 과일을 익혀서 먹는 이유가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과일이 맛없기 때문에 설탕을 가미하고 버터를 가미해서 익혀서 먹었을 것이라는 짐작 또한 그만 두도록 하자.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범위를 뛰어 넘어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음식에 과일을 활용하는 요리법을 몇 가지 알아두는 것은 새로운 장르를 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자연적으로 당분을 가지고 있고 과일마다 독특한 촉감과 성분들은 억센 육질이나 퍽퍽한 음식의 맛과 질을 격상시켜 준다. 흰 설탕의 가공적인 맛과 절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당분이 고급스런 맛으로 어우러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예로부터 우리 나라에서도 과일을 종종 음식에 사용하기도 했다 감으로 김치를 담근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었다. 과일을 이용하여 디저트를 만드는 방법은 일반적인 상식이고 너무나 많은 요리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카레♥사과
매운 닭요리♥망고
석류♥샐러드·오리고기·생선
닭가슴살♥파인애플 살사

#사과
가장 일반적으로 많은 요리에 응용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사과를 갈아서 카레를 만들 때 넣어보자. 사과의 주스로 인해 사과의 달콤함과 카레의 맛이 잘 어울려져 알게 모르게 맛이 좋아진다. 구운 사과를 돼지고기 안심에 곁들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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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열매를 프로슈토에 싼 핑거푸드>


#망고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과일 중의 하나가 망고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달콤, 새콤한 맛이 특히 매운 요리와 잘 어울린다. 그 중에서도 치포틀레 살사 치킨 스튜와 망고요리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시중에 시판되는 치포틀레 살사 소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이 요리는 한인들의 식성에 적당한 또 다른 닭고기요리 중의 하나이다. 닭고기의 넓적다리 부분을 팬에 넣고 겉이 노랗게 익도록 센 불에서 익힌 후 치포틀레 살사 소스를 닭고기가 잠길 만큼 넣고 1~2시간 중간 불에서 서서히 익힌다. 이때 더 매운 맛을 원한다면 할라피뇨를 잘라서 넣어도 되고, 다양한 벨페퍼를 잘라서 요리 마지막 단계에서 넣어주면 색이 고와진다. 이렇게 익힌 후 현미밥 위에 닭고기 요리를 붓고 그 위에 달콤하게 익은 신선한 망고를 얇게 저며서 얹어 먹으면 된다. 이 요리의 중요한 점은 치포틀레 살사에서 익힌 아주 매운 닭고기 맛과 달콤한 망고가 어울려져서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터키 가슴살만 넣으면 퍽퍽한 샌드위치에 살짝 망고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넣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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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아보카도 터키 오픈 샌드위치>

#석류
가을이 되면서 석류가 나오기 시작하면 이 붉고 아름다운 보석 같은 과일을 모든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샐러드부터 시작하여 오리고기, 터키요리, 심지어는 구운 생선 위에까지 두루두루 아름다운 씨앗을 뿌려보자. 다른 어떤 장식이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답고 물론 건강에도 유익하다. 백김치에 넣어볼 수도 있고 먹고 남은 것은 주스로 짜서 샐러드를 위한 비네그렛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을 구워먹을 때 곁들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고기의 맛과 톡 터지는 석류 맛이 예술의 경지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간 시간이 있다면 석류 살사 만드는 방법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3큰술의 다진 샬롯(붉은 양파나 흰 양파로 대체해도 됨) 1작은술의 레몬주스, 1큰술의 올리브오일, 반컵 분량의 석류알, 1 작은술의 파슬리 다진 것, 소금, 후추 약간을 넣고 섞어두면 된다.

#파인애플
엔자임이 들어 있어 고기의 육질을 연하게 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은 고기를 너무 연하게 만들므로 주의해야 한다. 저온의 온도에서 후추, 소금, 월계수 잎을 넣은 물에서 부드럽게 서서히 익힌 닭고기 가슴살(poached chicken)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냥 먹기에는 왠지 심심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렇게 부드럽게 포치드 된 닭고기 가슴살에 파인애플로 살사를 만들어 뿌려먹으면 새콤, 달콤, 매콤(할라피뇨를 가미하면 된다)한 맛 덕분에 닭고기 가슴살의 밋밋한 맛을 완벽하게 격상시켜 준다. 한국인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돼지불고기 볶을 때 크게 자른 파인애플을 넣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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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돼지불고기 볶음밥>

#포도
본인이 수련하던 시절 전통적인 프렌치 소스의 하나인 껍질 벗긴 포도알을 이용한 소스를 만들라는 지시에 하루종일 포도의 껍질을 완벽하게 벗기느라 고생하며 울었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온 종일이 소요되는 프렌치 소스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가정에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포도 알의 껍질을 벗길 필요가 없이 그냥 반으로 자른 후, 다진 샬롯을 팬에서 서서히 익히다가 화이트 와인과 섞어서 소스를 약한 불에서 반으로 줄인 후 포도알을 넣고 버터로 마무리하여 흰살 생선에 뿌려 먹기도 한다.

<글·사진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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