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유 없는 반항’ (Rebel without a Cause)

2006-09-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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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가슴이 설레고 불안하고 고독하며 또 성인들이 괴물로 보이는 10대들의 성경과도 같은 영화로 제임스 딘의 춥고 분노하고 외롭고 아름다운 연기가 아름다운 명작이다. 니콜라스 레이(맨 마지막에 이른 아침에 그리피스팍의 천문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가 감독한 1955년작으로 딘이 입은 빨간 점퍼의 색깔이 가시처럼 눈을 찌르는 총천연색. 111분.
LA로 갓 이사온 짐(딘)이 도슨 고교(로스펠리츠의 존 마샬 고교서 촬영)에 등교한 첫 날 학교 건달패 두목 버즈와 잭나이프 대결을 하는 장소가 그리피스팍 내 천문대의 뒤편 조망망원경이 있는 자리. 여기서 짐은 버즈의 애인 주디(나탈리 우드)가 지켜보는 가운데 버즈와 칼싸움을 한다. 이 칼싸움은 이어 샌타모니카 해변 절벽에서 벌이는 자동차 달리기 시합인 ‘치키 런’으로 확대되고 여기서 버즈가 죽는다.
집에 돌아와 고뇌에 빠진 짐을 이해 못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은 아버지의 잠옷을 붙잡고 흔들어대며 절규하는 짐의 모습은 젊은 가슴을 이해 못하는 모든 10대의 절규를 대변한다.
영화는 짐의 애인이 된 주디와 고독한 부잣집 아들 플레이토(살 미네오) 등 3인간의 거의 환상적이다시피 한 소꿉놀이 같은 ‘가족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어른들의 세상을 떠난 이 세 틴에이저의 가족관계는 마지막 플레이토의 죽음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짐과 주디는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청춘과 죽음에 관한 염세적이요 낭만적인 영화로 지금까지도 보편성을 띠고 있는 10대들의 필견의 영화다. 그뿐만 아니라 10대를 지나왔고 이제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도 한 번씩 꼭 봐야 할 10대에 관한 명심보감과도 같은 작품.
당시 영화가 나오자 10대의 부모들은 영화가 “폭력과 광기와 죽음과 음산함으로 가득 찬 모든 부모들에 대한 무조건적 기소”라고 반발했었다. 이 영화는 심리학자 로버트 린더 박사가 10대의 정신상태를 연구한 사례집 ‘맹목적 도주’가 원전이다.
딘과 우드와 미네오가 모두 비명횡사한 것이 마치 영화에 의해 저주를 받은 느낌을 준다. 23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 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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