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이중배상’

2006-09-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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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독부와 간부의
보험금 노린 남편 살인극

얼음처럼 차가운 요부가 돈과 정욕에 눈이 멀어 외간남자를 유혹해 자기 남편을 살해하는 내용의 재미 만점의 필름 느와르다. 범죄소설 작가 제임스 M. 케인의 단편이 원작으로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1944년산 흑백영화다.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보험외판원 월터(프레드 맥머리)가 어둠이 깔린 LA 거리를 거칠게 차를 몰아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가 자기 사무실에 들어가 녹음기에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면서 얘기는 플래시백으로 진행된다.
월터는 보험을 팔러 한 집에 들렀다가 자신을 잡아먹고 마는 암거미 같은 필리스(바바라 스탠윅)의 치명적 선정미와 치밀한 살인계획에 말려든다. 그녀는 월터를 만나면서 나이 먹고 무미건조한 남편 살해계획을 짠다.
그리고 남편을 사고보험에 들게 한 뒤 월터를 공범으로 유인한다. 봉 같은 월터는 필리스의 나도 갖고 돈도 가지라는 감언이설에 녹아 사고사를 위장한 필리스의 남편 살해에 성공한다.
그러나 보험상환액 조정자인 바턴(에드워드 G. 로빈슨)이 이 죽음을 살인이라고 직감, 필리스에게 혐의를 두고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두 간부의 범행의 전모가 하나 둘씩 벗겨지고 결국 필리스와 월터는 모두 지옥으로 간다.
금발 스탠윅의 독기 서린 빙산 같은 냉기와 미모가 찬바람을 일으킨다. 월터가 필리스를 처음 보는 날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샌달을 신은 채 앵클릿을 찬 발을 월터 앞에 내밀어 보이는 순간 이 남자는 완전히 이 독부의 제물이 되고 만다.
대사가 비정하고 냉소적이기 짝이 없는데 이 대사는 범죄소설 작가 레이몬드 챈들러가 쓴 것이다. 와일더는 바짝 긴장한 힘줄처럼 팽팽하면서 감정을 배제한 연출 솜씨를 보이고 있다.
대단히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연출인데 이 영화로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밖에도 여우주연, 음악, 촬영상 후보에도 올랐다. 1954년과 73년에 두 차례 TV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유니버설이 특집판 DVD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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