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타는 자장면’

2006-09-07 (목)
크게 작게
문을 닫은 지 몇 달째 되는 어느 푸드코트의 점심메뉴 ‘불타는 자장면’은 보는 사람들을 슬프게 한다. 음식사진 메뉴 옆에 손으로 쓴 오늘의 스페셜 ‘불타는 자장면’과 그 옆에 채 치우지 못한 캐시 레지스터, 선반의 접시들 등 자질구레한 서플라이들은 마치 지금도 손님을 기다리는 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깃거린다. 가끔씩 그곳에서 맛있게 자장면을 먹던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아파온다.
그 업주를 알지는 못했지만 그는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듯 했고 물은 작은 유리 주전자에 녹차봉지를 하나씩 넣어 따끈한 차를 마시게끔 배려했다. 깔끔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했던 사람 같아 갈 때마다 산뜻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비싼 렌트에 푸드코트 전체가 다 어려운 듯 했지만 그래도 그 중국집은 괜찮아 보였는데.
사람들 눈에 확 띄게, 또 가슴에 와 닿아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메뉴를 만드느라 얼마나 고심했을까? 이미 불타는 자장면이라는 메뉴를 만들었을 때는 기울대로 기울어 소생이 힘든 때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지금 주택시장은 식어가고 있다. 많은 경제지표가 또 통계수치가 그것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간과할 수는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로 많은 이득을 보았다. 팔고 사고, 또 팔고 사면서 이런 호경기가 계속될 줄 알았던 많은 투자자들에게는 이제 숨이 차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바이어는 관망하고 꼭 팔아야 하는 셀러는 발을 동동 구른다.
모든 경기에는 사이클이 있다. 보통 10년 주기로 보는데 지금이 내려가는 사이클이라고도 하니 이럴 때 일수록 신중하고 또 신속한 판단을 해야 한다. 장기, 단기이자의 내림세가 조금은 위로가 되지만 전체적인 경기 하락 속에서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 쪽이 부동산 쪽이어서 이럴 때 우리 에이전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머리를 짜내 무엇으로 ‘불타는 자장면’을 만들 수 있을까? 그 불타는 자장면이 얼어붙는 시장에서 무슨 힘을 낼 수 있을까? 그 자장면 비즈니스 업주의 열정과 피나는 노력이 도저히 견디어내지 못했던 전체적인 상황이 이제 우리에게도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삶에 이런 일들 쯤이야 늘 오고 가는 것일 게다. 그런 고통은 성숙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 분들은 지난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다른 꿈과 계획으로 이미 불타는 삶을 살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안도의 마음을 가져본다.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323)541-5603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