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새 9월… 미술관부터 찾아간 가을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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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주요 미술관 가을전 안내

화려하고 대담한 원색의 여름이 한발자국씩 물러서는 9월. 가을이 다가온다는 생각만으로도 왠지 서정적인 파스텔 톤이나 차분한 무채색의 분위기가 그리워지는 철이다. 이럴 때 만나는 편안한 그림 한 점, 사진 한 장의 감동은 계절이 바뀌면서 자연이 선사하는 미와 영감보다도 어쩌면 더 인상적인 흔적을 우리에게 남겨 주게 된다.그동안 휴가와 방학을 맞아 다양한 야외활동, 여행 등으로 피곤해진 몸과 마음에 여유와 평온함을 줄 만한 주말 휴식처로서 남가주 주요 미술관들의 가을 전시 내용을 알아본다.


17일부터 ‘브레이킹 더 모드’… 10월10일부터 현대 사진전 등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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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LACMA

올 가을 프로그램은 현대 미술이 주를 이룬다. 페인팅, 드로잉, 사진전 등 미술계에서 선명한 색채로 뚜렷한 위치를 확보한 중견작가들의 개인전 및 그룹전이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먼저 9월17일 막을 내리는 추상 표현주의 화가 리차드 포셋(Richard Pousette)의 드로잉 및 페인팅 전 ‘투명한 투영’(Transparent Reflection, Works on Paper)은 1940년부터 1992년까지 종이에 그린 작품만 모았는데, 직접적인 사물보다는 투명하게 반사되는 시각을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전시회다.
또한, 1960년대 영국 팝 아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동시대 영국 출신 화가 중에서 LA에 가장 널리 알려진 데이빗 호크니(David Hockney)의 초상화전도 여름방학 동안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9월4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이래, LACMA에서 두 번 전시회를 가진 바 있어서 앤젤리노들에게는 특히 친근한 호크니의 작품은 오일 페인팅, 리토그래피, 포토콜라주 등 다양한 기법으로 20세기 미술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팝 아티스트로서 앤디 워홀과도 교류했던 그의 초상화전에는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모았다.
두 주요 전시회 다음으로 9월과 10월 중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 패션의 목적과 방향을 묻는 ‘브레이킹 더 모드’(Breaking the Mode, 9월17일부터 1월7일까지)와 커스튬, 매스크, 가발, 메이컵 등으로 변장한 모델들의 모습을 담은 ‘매스커래이드 초상화전’(Role Playing in Self-Portraiture, 10월10일부터 1월7일까지)이 준비되어 있다.
가장 기대되는 전시로는 현대 사진전(Long Exposures: contemporary Photo Essays, 10월10일부터 1월7일까지)과 초현실주의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회화전을 꼽을 수 있다.
사진전은 LACMA 영구 컬렉션에서 모은 다양한 사진들로, 휴머니즘과 전쟁, 환경 문제를 비롯하여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명제와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게 될 예정. 앤 피시베인, 사이먼 노포크, 앤드류 프리먼 등 6인의 작품을 한데 모아 전시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신’ (Magritte & Contemporary Art: The Treachery of Images)은 서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함축시킨 현대작품전. 1920년대 말에 발표된 ‘이미지의 배신’은 큰 파이프 그림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라는 문구를 써넣음으로써 현실과 가정, 사실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묻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평범한 사물을 독특하게 배열하여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던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한편, 이벤트로는 매주 금요일의 재즈 콘서트를 추천할 만하다. 9월1일에는 마이클 세션 6중주, 8일에는 존 매이어 3중주, 15일에는 토마스 잰존 4중주의 연주가 각각 오후 5시30분에 있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전통 재즈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
끝으로, 금요일과 토요일 밤 영화 상영 또한 카운티 미술관의 야심에 찬 프로그램으로써 매주 특정 인물을 정해 놓고 시리즈 스타일로 구성한다. 9월8일에는 캐더린 드뉴브의 ‘호텔 아메리끄’와 ‘마이 패이버릿 시즌’. 15일과 16일에는 브라이언 디 팔마 감독 영화를 모아 ‘시스터스’ ‘팬텀 오브 더 패러다이스’, 알파치노 주연의 ‘스카패이스’를 상영할 예정.
5905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323)857-6000, www.lac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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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유러피안 풍경화부터 미니멀리스트 사진전까지 다양한 전시회가 마련된 미술관에서 가을을 미리 느껴보는 것도 멋진 주말을 보내는 방법이다.


현대미술관 MOCA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전형적인 현대미술관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빌 오웬스 사진전(Bill Owens: Suburbia, 10월15일까지)은 1970년대 미국 가정들이 교외에 주택가를 이루면서 급팽창한 서버비아의 삶을 다룬 오웬스의 1973년 저서에 실린 흑백작품들을 모은 인상적인 전시다.
회화 부문에서는 레치아 돌-레치오 추상전(Lecia Dol-Recio)과 에바 헷세 개인전(Eva Hesse)이 10월23일까지 각각 열린다. 돌-레치오는 MOCA에서 주목하는 현대화가로서, 드로잉, 페인팅, 콜라주, 건축미술 등 선과 공간을 예리하고 치밀하게 사용한 작품이 두드러진다. 한편, 독일 출신으로 뉴욕에서 1960년대 활동했던 헷세는 포스트 미니멀리스트 성향 작가로, 이번에 전시하는 드로잉, 페인팅, 콜라주, 작은 조각품 등 100여점에서 기하학적 표현방법을 사용한 작품이 눈에 띈다.
가장 주목받는 전시라면 ‘전후 추상표현주의에서부터 미니멀리즘까지’(Postwar Directions: Abstract Expressionism to Minimalism)를 꼽을 수 있다. MOCA 퍼머넌트 컬렉션의 중심을 이루는 추상 표현주의와 미니멀리스트 작품 80점을 모아 전시한다.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을 지배한 현대미술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10월15일까지)
250 S. Grand Ave., Los Angeles, CA 90012
www.moca.org

게티 센터 (The Getty Center)


24일까지 루벤스-브뤼겔전 및
내달 15일 르네상스 풍경화전

사진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20세기 이전 작품을 주로 소장하는 게티 센터의 가을 프로그램은 게티 빌라 분위기가 흠씬 풍기는 고전 유러피안 미술과, 이와 대조적으로 현대 사진 및 타이포그래피로 꾸며진다.
루벤스와 브뤼겔 전(Rubens and Brueghel, A Working Friendship)은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피터 폴 루벤스와 얀 브뤼겔(the Elder)이 친구이자 예술적 파트너로 함께 작업한 작품만 모았으며, 이와 별도로 루벤스의 프린트 작품전(Rubens and His Printmakers)을 통해 루벤스가 자신의 스케치, 페인팅, 태피스트리 등을 복사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두 전시 모두 9월24일까지.
루벤스와 브뤼겔이 동적이라면, 르네상스 풍경화전(Landscape in the Renaissance, 10월15일까지)은 정적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절 유러피안 미술계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풍경화를 모았다.
한편, 내년 1월7일까지 계속되는 이탈리안 미래파의 시각적 시모음 (A Tumultuous Assembly: Visual Poems of the Italian Futurists)은 20세기 근대화 움직임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미래파 예술가들의 프린트 작품전. 모든 예술 장르에서 기본 틀을 배제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한 미래파 주의의 기본 개념인 ‘자연의 언어’(words-in-freedom) 컬렉션을 볼 수 있다.
정교한 세공술이나 조각품에 관심 있는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프랑소아 토마스 제르맹(Casting Nature: From Francois-Thomas Germain’s Machine d’Argent)의 ‘자연의 주조’전을 권할 만 하다. 18세기 프랑스의 금세공가였던 제르맹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조각품, 프린트, 페인팅 등 로코코 미술의 정물 조각을 접할 수 있는 전시.
또 하나 기대할 만한 전시회는 엘리엇 포터의 사진전 ‘자연의 영역에서’(Eliot Porter: In the Realm of Nature, 9월17일까지). 대다수의 주요 사진 작가들이 흑백을 고집하던 1970년대, 자연을 담은 컬러사진으로 큰 영향을 펼쳤던 포터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1200 Getty Center Dr., Los Angeles, CA 90049
www.getty.edu/art/exhibitions

해머 미술관 (UCLA Hammer Museum)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 덕에 소규모 개인전에서 작품 하나 하나와 은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은 곳이 해머 미술관이다. 대형 미술관과 비교했을 때, 의외로 좋은 전시회가 자주 열린다.
이번 가을에는 영국과 미국 패션 잡지들을 중심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계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회고전이 열린다. 틸만스는 한 때 선정적이고 정치적인 사진으로 런던과 뉴욕에서 각광받았던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사물과 순간들을 포착한 작품 300여 점을 보여준다. 전시는 내년 1월7일까지.
이외에도 현대화가 크리스틴 뉴엔, 앤젤라 더프레스니, 엘리엇 허들리와 네 명의 작가를 모아놓은 만화 예술전 등으로 꾸민 해머 프로젝트(Hammer Projects)를 볼 수 있다. (일정은 웹사이트 참조)
10899 Wilshire Bl., LA., CA 90024, (310)443-7000
www.hammer.ucl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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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앤 피시베인의 작품 ‘야로슬라브, 러시아 1990~96년’. 로스앤젤리스 카운티 미술관 현대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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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바로크 미술을 대표하는 피터 폴 루벤스와 얀 브뤼겔이 공동 작업한 ‘전쟁으로부터의 귀환: 비너스를 만나는 마르스’ 화성을 상징하는 로마신화의 마르스가 여신 비너스에 의해 무장을 벗는 장면. 게티 센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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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미술터의 거장 피터 폴 루벤스와 얀 브뤼겔의 ‘에덴 동산과 인간의 추락’. 1617년께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게티 센터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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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노포크의 ‘공군 장교클럽 약탈, 바그다드 2003년’. 로스앤젤리스 카운티 미술관 현대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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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틸만스의 ‘디어 허치, 1995년’. UCLA 해머 미술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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