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오! 뽀요!”

2006-08-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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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와서 얼마 안 있어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하는 날 저희 집에 온 이삿짐 센터의 직원 3명이 마침 모두 히스패닉 직원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을 함께 할 요령으로 ‘점심으로 무엇을 들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미국 동부에서 18년을 살았던 제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을 말했습니다. “엘뽀요로꼬의 닭”을 사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장격 되는 젊은이에게 ‘엘뽀요로꼬’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해도 영어가 몹시 짧은 이 친구는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필자는 당시 “엘 뽀요 로꼬 (El Pollo Loco)”가 무엇을 하는 집인지,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습니다. 제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라도 사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가게도 어디 있는지 몰라 하자 ‘다른 것은 안 먹고 닭이면 무슨 닭이라도 된다’는 그들의 말에 ‘이렇게 닭을 좋아할까?’ 내심 놀랐습니다.
최근에 중미에 있는 니카라과에 다녀올 기회를 가졌습니다. 26명이 한 팀이 되어 그 나라의 어려운 지역들을 일주일 여정으로 방문하였습니다. 현지에서 안내하는 니카라과 직원에게 가능하다면 점심은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식당으로 안내해 달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한 식당엘 갔습니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붙어있는 맥도널드와 같은 수준인데 닭만 파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가격은 미국에서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한 4-5불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인당 일년 국민총생산이 470불인 나라에선 무척 비싼 음식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엔 아이들이 있는 니카라과 가정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식당이라는 다른 닭 전문집으로 안내되어 갔습니다. 도착한 다음날부터 이미 다른 식당에서도 닭으로 만든 여러 음식을 먹었던 터였습니다. 치킨 부릿도, 치킨 타코, 프라이드치킨, 치킨 윙, 로테서리 치킨, 치킨 샐러드…
며칠을 닭요리와 친숙해진 후 마지막 날 저녁은 저희들을 안내했던 니카라과의 컴패션 (Compassion-불우한 환경의 어린이들을 영적, 신체적, 사회적인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22세까지 돕는 기관으로 한국 전쟁고아를 돕기 위해 시작된 국제기관) 현지 직원들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지에서 수고하는 니카라과 분들을 대접하는 만큼 좋은 식당으로 모신다는 인도자의 안내가 있었습니다.
밴이 식당 앞 파킹장으로 들어가면서 모두들 외쳤습니다: “오! 뽀요(Pollo)!” 아무도 말은 안했지만 “아! 또 닭이구나”라는 뜻이었습니다. 식당이름이 로스트 치킨이란 뜻의 로스티 뽀요(El Rosti Pollo)였습니다. 장닭과 달걀을 품고 있는 암탉 그림으로 남녀 화장실을 구분한 아이디어가 신선한 닭 전문점이었습니다.
떠나기 전에 먹었던 삼계탕,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이 저녁식사 메뉴로 물었던 “치킨 샌드위치?”까지 합하여 예상치 못했던 닭과 함께 했던 의미 있고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이 여행이 우리 가정 이사를 도와줬던 친구들의 말을 이해하게 만들었습니다. 각 민족마다 모습이 다르듯 먹는 음식과 문화가 매우 다른 것을 몸으로 체험하는 기회였습니다.
여행 중에는 비록 익숙하지 못해 불편하기도 했지만 역시 다민족이 어울려 사는 LA에서 서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편안하게 여겨지는 것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른 사람, 다른 민족의 것들을 알아가며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 태 형 목사
(선한목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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