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잊어버림과 기억함을 구분합시다

2006-08-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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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61주년을 맞이하면서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갔지만 그 세대 분들을 제외하고는 마치 남의 나라의 역사를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무리도 아닐 것은 오랜 세월이 지나갔고, 특히 미국에 와서 살면서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정말 환희와 기쁨이 있었던 그 날이었습니다. 36년간 광복을 간절히 기다리던 당시 우리 선조들은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목을 놓아 울면서 광복의 기쁨을 만끽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새 그런 감격은 없어졌을 뿐 아니라 8.15의 의미조차도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깨달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은혜의 감격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문제는 기억에서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하나님의 기적으로 건너고 나서, 3일만에 광야에서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한 것을 보면 어쩌면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은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에게 망각을 주신 것은 한편으로는 축복입니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산다고 하면 아마도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과거의 아픔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져눕게 될지도 모릅니다. 잊어버림의 축복이 있기에 그 슬픔과 괴로움, 그리고 마음의 상처와 쓴 뿌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잊어버리라고 권고해 주시기까지 합니다. 과거에 얽매여서 살아가는 인생은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은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긴다’는 옛말을 벗어나서 앞으로 향하는 미래지향적인 삶이 될 것이기에 잊어할 것은 잊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까지도 잊어버리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고기의 분노’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물고기 왈: “당신들 우리를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 좋다 이거야. 그런데 두 마리밖에 없는 어항에 물레방아 장식까지 넣은 것 오버 아니야? 그리고 말이야. 당신들 우리 기억력이 3초라고 하는데 시간 재보았어? 그리구 말이야. 당신들 우리 기억력이 3초라고 하는데 재보았냐구? 그런데 말이야. 당신들 우리 기억력이 3초라고 하는데 시간 재보았냐구?” 물고기 기억력이 3초 맞죠?’
어떤 때는 물고기 머리밖에 안 된다 싶을 정도로 잊어버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현대사회가 깊이 생각하는 세대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인스턴트 세대, 또는 쿼터리즘(Quarterism)이라고 하는 현대사회의 특징상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또한 깊이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세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옛적 일을 아예 생각하기조차 싫어하는 것입니다. 뼈아픈 과정을 통하여 깨달음도 있었고, 은혜도 있었는데 모두 잊어버립니다.
물고기만 탓할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기억을 하고 인생의 삶과 결정에 반영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새롭게 모든 것을 다시 경험하고 깨닫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인생살이에 있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억하고, 또 때마다 도와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삶으로 변할 것입니다.
잊어버릴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하는 삶이 행복한 삶입니다.

원 영 호 목사
(성림한인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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