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월드컵과 코리안 디아스포라

2006-08-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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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부터 거의 한 달 동안은 월드컵 축구로 행복했다.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도 함께 모여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을 외치면서 열광하는 모습이란 이국 땅에 이민자로 사는 우리에게 무한한 자긍심이었다.
우리 코리안들은 지금 전세계 171개국에 675만명이 나가서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지구상에 우리 한국사람들이 나가 살고있는 나라들의 숫자가 유대인들보다, 중국사람들보다 더 많다고 한다.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지구상에 가장 많은 나라에 가서 흩어져 살고 있다는 이 사실은 신비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작은 땅덩어리에서, 그것도 반으로 잘린 그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세계에 흩어져서 살고 있는가?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믿는다. 다른 말로 하나님의 모략(God’s Conspiracy), 혹은 하나님의 음모다.
사도행전에 유대인들이 핍박을 피해 흩어져 살게 되었는데 그들을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불렀다. 디아스포라 라는 말은 ‘두루’(throughout)라는 말을 뜻하는 dia와 ‘씨’(seed)를 뜻하는 스포라(spora)의 합성어다. ‘전세계에 두루 흩어져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 바로 디아스포라들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땅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 와서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들의 정체성(Identity) 역시 코리안 아메리칸 디아스포라(Korean American Diaspora)들이다.
마치 한 송이 민들레꽃에서 수많은 씨앗들이 생겨나 바람에 실려 이곳 저곳으로 흩어져 뿌리는 내리는 것처럼, 우리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은 전 세계 구석구석에 흩어져 여러 종류(한류, 선교, 구제와 사랑 등등)의 씨들을 심어왔고 지금도 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들이요 애국자라고 볼 수 있다.
디아스포라 라는 말속에는 포용의 의미가 들어 있다. 유대 기독교인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사마리아로 가서 사마리아인들을 포용했다. 한국이 전세계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교사를 보낸 것은 이런 의미가 있다. 일본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일본에 가장 많은 선교적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에게 이런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디아스포라의 장점은 고난에 강한 반면, 약점은 단합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디아스포라의 특징이다.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 디아스포라들도 100년 정도의 이민의 역사 속에서 보이지 않는 수많은 차별과 거절, 그리고 고난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오늘까지 왔다. 그런데 여전히 일치와 연합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약하기만 하다.
이번 월드컵 축구 응원전에서도 올림픽 거리와 윌셔에서 따로 모여 응원전을 펼칠 필요가 있었을까? 속 깊은 내용을 모르지만 너무나 아쉽다. 한인회를 비롯한, 한인들을 위하여 존재한다는 수많은 단체들이 왜 그 좋은 기회를 하나로 엮어내지 못했을까? 조국과 부모형제를 떠나 타국에서 이민자, 디아스포라들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힘든 것이 고독과 외로움이라면 월드컵 축구를 통해 서로가 하나 되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그 고독을 단번에 씻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이용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 땅에서 이민자들로 살아가는 우리들도 여기서 진정한 디아스포라들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끼리가 아니라 자꾸 장벽을 뛰어 넘는 포용의 몸짓이 필요하다. 동시에 하나 됨의 일치를 가장 잘 이루어 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느 곳에서든지 자랑스런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되어 하나님의 사명을 이루고, 조국과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를 빛내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LA기윤실 실행위원)
www.cemkla.org

김 병 호 목사
(횃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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