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미도’서 하나님이 살리셨죠

2006-0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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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교관때 훈련병 반란
연발 사격 받고 뒷목 관통
출혈 12시간만에 구출 ‘기적’

그의 목에는 움푹 패인 곳이 두 군데 있다. 뒷목과 왼쪽으로 손가락 한마디 정도 떨어진 곳이다. 총알이 뒷목을 뚫고 들어왔고, 그 옆으로 다시 빠져 나왔다. 그래도 그는 살았다. 피가 마구 솟구치고 12시간이 지나 구출됐는데도 말이다. 이 모든 게 1971년 8월23일 실미도에서 벌어졌다. 강우석 감독이 만든 영화 실미도는 그에게는 허구가 아니라 실제다.
반란을 일으킨 훈련병의 총에 맞은 19명 중 유일하게 총탄도 이겨낸 양동수 장로(서울 구산중 교감)가 20일부터 LA와 뉴욕을 방문하고 있다. 그의 간증을 옮겨본다.
■두 번 투명인간이 되다
태권도 교관이었던 그를 향해 훈련병이 연발 사격을 했다. 총알이 연이어 날아왔지만 그는 단 한방만 맞았다. ‘구원의 하나님’이 그에게 처음 나타난 순간이었다.
피가 나는 곳을 누르고 살기 위해 바다로 향하다 바위에 기대었다. 왼쪽에서 확인 사살을 위해 훈련병이 다가왔다. ‘이제 죽었구나’라고 절망하며 ‘하나님, 저 훈련병의 눈을 가려주십시오. 제가 안보이면 삽니다’라고 마음으로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구약성경에서 사자굴에 던져졌지만 조금도 상하지 않았던 다니엘을 떠올리면서.
“훈련병의 발자국 소리가 2미터 전방에서 멈췄어요. 4, 5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훈련병이 갑자기 제자리에서 왔다갔다하더군요. 그러더니 등을 돌리고 해안가로 난 길을 따라 사라졌어요.”
기적을 맛봤지만 힘이 들어 쓰러졌다. 돌 4개를 주워다 2단으로 쌓은 뒤 몸을 뉘였다.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데 발자국 소리가 또 들렸다. 이번에는 2명이었다. 이전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젠 정말 죽는구나’라고 탄식하며 ‘저를 밟지 않게 해주세요. 밟히면 제가 발각됩니다’고 기도를 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보이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훈련병들이 바로 옆에서 개머리판으로 땅을 치면서 욕을 하더니만 그냥 뒤돌아 섰다. 또 다시 그가 투명인간이 된 것이다.
■“자넨 하나님이 살리셨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던 오후 4시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에 깼다. 온 몸을 떨면서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겠구나’고 생각했는데 섬으로 배 한 척이 다가왔다. 죽을힘을 다해 배를 향해 헤엄쳤다. 다행히 구원부대 배였다.
헬리콥터에 실려 공군항공의료원으로 수송됐다. 총에 맞고 12시간 뒤였다. 군의관은 처음에는 그가 죽은 줄 알았다. 의료원 원장이 신기해 말을 못 했단다.
“원장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뒷목에 정확히 명중한 총알은 대개 목을 관통해 정반대 방향으로 다시 나오는데, 저를 맞힌 총알은 척추신경과 대정맥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스핀을 먹고 왼쪽으로 휘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총알이 신경을 조금이라도 스쳤다면 즉사했거나 식물인간이 되었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원장의 결론은 간단했다. “자넨, 정말, 하나님이 살리셨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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