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래로 자폐의 문 열었어요

2006-0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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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저보다 하루 먼저 하나님 곁으로 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무릎꿇고 기도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세상과 담을 쌓은 자폐증 딸이 엄마 없이 혼자 살 수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그 딸이 어머니에게 이런 글을 바친다. “엄마,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엄마가 오래오래 제 곁에서 함께 사시기를 바래요. 저는 혼자 설 수 없어요. 항상 곁에서 기도해 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그 헌사는 신에게로 이어진다.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중략)/ 고마워요 그 사랑을 가르쳐 준 당신께…’(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이 노래를 부르는 마가렛 리(34)는 발음이 정확하지는 않다. 가사에 감정을 실어서 전달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노래가 좋아서, 노래할 때만큼은 집중할 수 있으니 그저 부르고 또 부른다.
그렇게 마가렛은 입술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마음을 모아 정성으로 빚어 세상에 내어놓은 게 첫 번째 찬양 CD인 ‘Hi Jesus’다.
마가렛과 같은 자폐아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영화 ‘말아톤’에서 얼룩말처럼 잘 뛰던 배형진, 수영선수로 물살을 가르는 김진호처럼 마가렛은 노래에 재주가 많다. 마가렛은 “노래가 있으면 기쁘고,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마가렛의 찬양집은 어렵게 탄생했다. 11곡을 담는데 8개월이 걸렸다. 산 정상만을 바라보며 오르는 걸 해보지 못한 마가렛이었기 때문이다. 마가렛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음반 작업을 기억한다.
마가렛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노성혜씨는 “음반 작업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첫 두 곡은 쉽게 넘어갔지만, 녹음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자 마가렛이 따라오기 힘들어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마가렛이 CD를 만드는 걸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마가렛은 그것이 틀렸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가렛은 자신의 CD를 듣고 또 듣는다고. “하나님이 저 같은 사람을 세상에 보내신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마가렛은 “CD를 듣고 자폐아와 그들의 부모님이 용기를 얻고 자신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마가렛은 자신이 노래로 말문이 트인 것처럼 노래로 다른 자폐아의 입이 열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자폐아 5명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것이다.
마가렛과 그 제자들은 30일 오후 5시30분 옥스포드 팔레스호텔에서 찬양 무대를 가진다. 마가렛의 찬양집 출반 축하연이 곁들여지는 곳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자폐아들의 울림이 퍼진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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