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트남에 남긴 상처 치유할 때”

2006-07-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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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남긴 상처 치유할 때”

미주 베트남선교회 이흥주 회장(오른쪽)과 김경생 부회장이 손수 지은 교회가 들어선 베트남 지도를 보고 있다.

■교파 초월‘미주 베트남선교회’출범
사랑의 복음 전파… 방문 선교단 모집도

‘그러므로 너희가 회개하고 돌이켜 너희 죄 없이 함을 받으라 이같이 하면 유쾌하게 되는 날이 주 앞으로부터 이를 것이요’(행 3:19)
5일 창립총회를 가진 미주 베트남선교회의 이흥주 회장과 김경생 부회장의 경험이 잘 녹아든 구절이다. 특히 이 회장이 10년 전 쾅응아이성에 모득교회를 재건축할 때 가졌던 느낌이 그렇다.
이 곳에는 베트남전이 한창일 때 한국군 총사령부가 있었다. 그래서 주민 대개가 한국군의 총에 가족을 잃은 아픔을 안고 있다. 주민들은 처음 그 땅을 밟았던 이 회장을 원수처럼 쳐다봤다. 이 회장은 “그 때 그 매서운 눈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한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 모두가 나쁜 짓을 한 것은 아니지만, 베트남 사람들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것도 사실이지요. 아픈 과거를 회개하지 않으면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사랑이 깃들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베트남에 하나님 사랑을 심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뿌려진 복음의 씨앗은 이제 교회 7개, 선교센터 1개, 사택 3채, 교육관 4곳으로 늘었다. 이 회장은 “전쟁 때 장애를 겪은 원주민들이 교회에 출석해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한인을 쳐다보던 좋지 않던 눈빛도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금껏 이 회장은 자신이 출석하는 성바울선교교회 명의로 베트남 선교를 도맡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공식적인 초교파 모임을 통해 베트남 선교를 추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 부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한인 사회에도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이 있어요. 그분들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 죽기 전에 베트남 땅을 다시 한번이라도 찾아 불행했던 과거를 잊고 싶어합니다. 그러려면 선교모임을 공개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 첫 사업으로 10월에 베트남 방문 선교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베트남 방문은 연례화해, 사업상 베트남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 기독교인도 함께 해 도움을 줄 생각이다. “베트남에는 따이라이한이라고 불리는 한인 피가 섞인 혼혈아도 있습니다. 이런 과거 아픔을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진정한 하나님의 평강이 베트남에 내릴 것입니다.”
창립 회원 20명으로 출발한 미주 베트남선교회는 성바울선교교회(1272 S. Bronson Ave., LA, 90019)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323)733-2221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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