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2006-06-23 (금)
크게 작게
서로 다르다는 것은
하나 됨의 시작입니다

미국에 장로교가 들어온 지 300주년을 맞이하면서 3개의 장로교단(PCUSA, CPC, CPCA)이 ‘구름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히 12:1)이라는 주제로 앨라배마 버밍햄에서 6월15일부터 1주일간 통합총회로 모였습니다.
서로 다른 것은 인정하면서도 공통점이 많다는 것, 특히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 믿음은 일치하고 그 믿음 안에서 하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모든 프로그램과 예배가 진행되었습니다. PCUSA 총회 총대로 참석하면서 여러 가지로 좋게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모인 장소를 버밍햄으로 정한 이유가 주는 교훈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버밍햄은 아는 바와 같이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0년대 초, 인권운동을 시작하면서 옥에 갇혀서 ‘Letter from a Birmingham Jail’이라는 편지를 썼던 곳으로, 그 편지가 흑인 인권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곳입니다. 그 편지에는 인권운동을 비폭력화 하고, 흑인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권면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고, 이 편지로 인하여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사회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권을 얻기 위해 분리만 강조하여서 서로 간에 미움과 폭력으로 치닫게 하지 않고,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비폭력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논리가 미국 인권, 특별히 흑인인권운동에 전환점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워싱턴에 25만명이 모인 가운데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이라는 유명한 연설로 구체적인 하나됨을 제시하고 그것이 결국은 흑인인권운동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버밍햄 시에서 일주일을 머물면서, 서로 다르다는 것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분리라는 것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가 된다는 것, 두 가지를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쉽게 다른 것은 분리라는 결론을 내리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깨달은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 곧 분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기 위하여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흑백논리에 젖어서 모든 문제를 쉽게 분리하고 정죄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백의민족이라는 동질성 때문에,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민족적 특징 때문에 생겨난 결과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미국에 사는 우리로서는 이제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내 것을 지켜 나가면서 이해시키는 것이 다양한 문화가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좋은 지혜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 가정이나 일터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교회 안의 분쟁이 흑백논리에 근거한 것이라면,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함께 사는 법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하나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을 때 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서로를 향한 적대감정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끼리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가 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원칙은 부부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간에도, 직장과 사업체에서도, 교회에서도, 나라에서도 필요한 원칙입니다. 그 원칙이 생활화될 때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지녔던 그 꿈을 우리도 가질 수 있고 실현될 것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하나가 될 수 있는 시작입니다.

원 영 호 목사
(성림한인장로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