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영화 이야기

2006-06-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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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한창 다빈치 코드가 상영되며 영화가 주는 영향력에 대해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희들의 삶에 많은 혼란을 주는 영화, 왜곡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저희들의 삶을 새롭게 하며 희망을 불어넣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중 아직도 저의 마음에 깊은 감동으로 남아 교회를 섬기는 데 도움을 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우피 골드버그가 주연한 ‘Sister Act 2’(1993년)는 코미디의 재미와 함께 합창을 통해 어려운 지역의 고등학생들을 도와 그들의 인생을 새롭게 바꾸는 감동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미셸 파이퍼가 주연한 ‘Dangerous Minds’(1995년)는 해병대 출신의 여선생님이 문제의 학생들을 다루는데 전쟁(?)과도 같은 관계와 긴장 속에서도 결국은 아름답게 해결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1995년에 나온 ‘Mr. Holland’s Opus’란 영화는 미국에 로큰롤 열풍이 시작하던 세대의 고등학생들에게 흥미가 없는 클래식 음악을 가르쳐야 했던 홀랜드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의 흥미를 변화시켜 가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정열과 사랑이 저의 마음을 또한 사로잡았었습니다.
최근에 아들이 빌려와 보게 된 ‘Coach Carter’(2005년)란 영화는 교회를 섬기는 필자에게 지도자로서 고뇌했던 것들을 그대로 그려 놓은 것 같아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이 영화는 1999년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습니다. 새뮤얼 잭슨이란 배우가 코치 켄 카터(Ken Carter)로 열연했습니다.
코치 카터는 원래 잘 나가는 스포츠 용품점을 운영하던 사장이었는데 어느 날 형편없는 성적을 내던 자신의 모교 농구팀 코치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이 제의를 수락하며 그는 농구하겠다는 학생들에게 계약서에 사인을 요구했습니다. 농구선구가 되려면 올바른 행동을 하고, 옷을 제대로 입고 다니고, 학생으로서 성적을 제대로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팀이 하나되게 하는 협동정신을 키워가며 자신의 팀을 계속해서 승리하는 팀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그는 학교 선생님들을 통해 자신의 농구선수들이 공부는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로부터 그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학교 성적이 일정한 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 체육관을 잠그고, 모든 운동 경기를 포기한다는 선포를 합니다. 온 학교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는 학교에 게임마다 승리하는 농구팀이 유일한 자랑거리였는데 게임을 취소하고 연습을 하지 않는다니 기가 막힌 노릇이었습니다. 흑인 지역의 어려운 동네에 위치한 학교인지라 이 학교 농구팀이 커뮤니티의 커다란 자존심이었는데 온 동네가 코치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코치는 그 고등학교 학생들의 50%도 졸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운동뿐 아니라 학업과 다른 생활도 병행해서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을 꺾지 않았습니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돕는 길은 자신의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힘든 길이었지만 밀고 나아갔습니다. 결국 학생들이 항복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다시 농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선수들 중 6명의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5개의 대학 스칼라십을 받게 한 진정한 교육자가 카터 코치였습니다.
그 공동체의 큰 그림을 그리는 지도자는 사람들이 동의를 하지 않을지라도 진정으로 구성원들을 발전시키는 길, 진정으로 옳은 길을 제시하고 가야하는 아픔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유명해지는 것과 진정으로 사람들을 돕는 것과는 다른 일일 수도 있다는 교훈을 받습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들이 더욱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고 태 형 목사
(선한목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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