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제17 포로수용소’

2006-04-28 (금)
크게 작게
반역자로 몰려 뭇매 맞은
깍쟁이 양키, 배신자 잡기

미군 하사관 역 홀든, 오스카 주연상 받아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1953년작 흑백영화로 독일군의 포로가 된 미군 하사관으로 나온 윌리엄 홀든이 오스카 주연상을 받았다. 연극을 원전으로 한 영화로 2차대전 때 미군을 수용한 독일군 포로수용소 내서 일어나는 다크 코미디다.
오만불손하고 허영심 많고 간악한 수용소장 쉐어박(오토 프레민저-유명한 감독)이 관장하는 제17 포로수용소는 미군 하사관들만 잡아넣은 곳. 이들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나 매번 누군가에 의해 계획이 독일군에게 보고돼 희생자만 는다. 배신자의 누명을 뒤집어쓰는 자가 깍쟁이 양키의 전형적 인물인 세프턴(홀든). 그는 동지들의 군인정신을 비웃으면서 자기 일신의 편익만을 위해 독일군과의 거래를 하는 이기주의자.
동료들로부터 반역자로 몰려 죽도록 얻어맞은 세프턴은 자기가 직접 진짜 배신자를 잡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는 신입포로인 공군 소위 던버와 함께 수용소를 탈출한다. 세프턴은 탈출직전 막사의 동지들에게 “너희들 이 다음에 길에서 날 만나도 아는 체 하지마. 알았지”라고 내뱉는다. 영화는 불 꺼진 막사 내 벙커에 누운 포로들이 달아난 세프턴을 생각하며 행진곡풍의 노래 ‘자니가 행군해 돌아올 때’의 곡조를 휘파람으로 불면서 끝이 난다.
홀든과 함께 조연진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교활한 프레민저의 연기와 함께 ‘짐승’이라는 별명의 어릿광대 같은 포로 스포쉬 역의 로버트 스트라우스가 배꼽 빠질 정도로 우스운 연기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의 각본을 에드윈 블룸과 함께 쓴 와일더는 배우들에게 촬영 당일치 내용을 그 날 아침이 돼서야 줘 배우들도 끝까지 누가 배신자인 줄 몰랐다고 한다.
진짜 재미있고 당당하고 감동적이며 포복절도할 만큼 우스운 영화로 글 잘 쓰는 독설가인 와일더의 솜씨가 마음껏 발휘된 명작 중 명작이다. Paramount에 의해 최근 특별판 DVD(20달러)가 나왔다. 부록으로 포로수용소 생존자들의 증언과 조연진들의 영화촬영 경험담 등이 담겨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