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17년만의 귀국

2006-04-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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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다시 한국에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한 선생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칠순을 넘긴 김 장로님 부부는 이번 주 토요일 17년간의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간다. 작별을 앞두고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서 장로님과 권사님은 그동안의 고단한 이민생활을 주마등처럼 회고했다.
육사 17기생, 대령으로 예편한 후 중견 건설회사 부회장으로 스카웃 돼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던 장로님 부부는 사업실패로 17년 전 무일푼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오늘에 이르렀다.
장로님은 험하다는 사우스센트럴의 주유소에서 밤 시간 12시간씩 무려 15년을 근속하다 3월말 퇴직했다. 그동안 무장강도의 총탄세례를 4번이나 당했지만 천만다행으로 해는 입지 않았다. 그렇지만 10여년 전 졸음운전으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3개월 가량 병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었다.
부인되시는 권사님도 마찬가지다. 이곳 웬만한 대형 한국식당은 안 거쳐본 곳이 없을 정도로 주방장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장로님 부부는 하루 12시간 이상, 17년을 일하며 얼마 전 2박3일 일정으로 그랜드캐년 단체관광을 다녀온 것이 미국을 본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20분만 운전하면 되는 바닷가 구경 한번 안 해 봤다니 얼마나 고단하고 각박한 이민생활은 한 것인가.
7년 전 큰아들 부부가 미국에 합류하면서 두 부부가 10년 동안 알뜰히 모은 돈의 일부인 7만여달러로 다운페이를 해 주택을 샀다. 또 한국으로의 귀국을 위해 3년 전 이 집에서 에퀴티를 뽑아 서울 인근에 49평짜리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당시 3억5,0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가 지금은 10억원대에 거래된다고 뿌듯해 하신다.
“남들은 여생을 이 곳에서 편안히 보내지 왜 한국으로 돌아가느냐고 하지만 우리 부부는 다른 목적으로 이 곳에 왔습니다. 우리 부부가 17년 전 이 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폐인이 됐거나 평생 친구나 친척, 육사 동기생들에게 의존해 무기력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또 진 빚도 지금껏 갚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이 곳에 와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뼈를 깎는 각오와 노력으로 우리 부부는 이제는 떳떳하게 조국으로 돌아갑니다”. (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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