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비와 에이전트

2006-04-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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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비와 에이전트

하워드 한 <콜드 웰 뱅커 베스트 부동산>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비가 내린다.
계절은 벌써 서머타임이 시작된 4월로 접어들었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부동산 경기가 지난달부터 서서히 활기를 찾는가 싶었는데 계속 내리는 비가 우리 에이전트들의 발목을 잡는다.
계절로 보나 시즌으로 보나 4월은 부동산 매매가 연중 가장 많은 달이다. 6월 여름방학 기간동안 이사 나가고 들어오기 위해서는 4월에 집을 내놓고 보러다녀야 여러모로 타이밍이 맞는다.
비가 오면 남가주 지역 거의 모든 비즈니스들이 영향을 받겠지만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우리 부동산 에이전트들에게는 최악이다.
그러나 비 오는 날 부동산 활동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이 모든 외부적인 부정적인 요인보다는 에이전트들의 내부적인 마음가짐이 흐트러진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비가 오면 우리 에이전트들은 변명이 많다. 비가 와서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셀러나 바이어가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연락도 안한다. 차타고 걸어다는 것이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해서 집도 보러 다니지 않는다. 그냥 집에 있거나 사무실 휴게실이나 인근 커피샵 같은 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잡담을 한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은 2년전 봄, 비가 내릴 때 샀다. 컴퓨터에 매물이 뜨자마자 저녁시간 우중에도 불구하고 집을 보러갔는데 가격에 비해 집이 너무 좋았다. 그날 바로 오퍼를 썼는데 매물로 나온 지 이틀 만에 내 것을 포함해 5개가 들어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모든 오퍼가 리스팅가격 보다 1만-2만달러를 높여 쓴 것이다.
그러나 리스팅 에이전트는 비가 오는데도 첫번째로 집을 보고 첫 오퍼를 쓴 나에게 우선권을 주어 계약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뿐 아니라 8년전 새내기 에이전트 시절, 집 한 채 팔기가 너무 어렵던 시절, 집 가격도 지금보다 3분의1 수준에 불과해 커미션도 얼마 되지 않던 시절, 비가 오는 날이거나 공휴일일 때 아무도 일하기 싫어할 때 혼자 묵묵히 일하다가 계약을 성사시켰던 딜이 적지 않았다.
‘내가 (일)하기 싫으면 남도 (일)하기 싫겠지’,’비가 내리니 오늘은 그냥 놀아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변명하지 말자. 비가 오거나 들뜨기 쉬운 주말이나 연휴, 타 에이전트들이 다 놀 때 집을 하나라도 더 보러 다니고 한 손님이라도 연락해 만나자.
경쟁이 없으니 그만큼 좋은 가격에 좋은 조건으로 딜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셀러나 바이어들이 이런 자세를 가진 에이전트들을 어떻게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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