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화 컨벤션이란?

2006-03-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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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인기 캐릭터 다모였네 만화광 장사진

배트맨·수퍼맨 등장후 독자들 대리심리 충족
TV-영화로 영역 확대 장난감·비디오게임 붐
대중문화 장르로 정착

미국 대중문화에서 만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29년 주식시장의 붕괴 이후 30년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알렉스 레이먼드의 ‘플래시 골든’(Flash Gordon), 체스터 굴드의 ‘딕 트레이시’(Dick Tracy), E.R. 버로우스의 ‘타잔’(Tarzan) 등이 출판되자마자 신문이나 소설에서 찾을 수 없던 독특한 매력 때문에 만화책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심리적 공항을 맞은 미국인들에게 만화는 휴식과 위로의 수단이 되어주었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엔터테인먼트가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수퍼 히로가 탄생한 것은 1939년 밥 캐인의 ‘배트맨’(Batman)과 시이겔과 슈스터의 명작 ‘수퍼맨’(Superman)의 등장을 기점으로 볼 수 있다. 수퍼 히로의 출현은 만화계뿐 아니라 TV와 영화 등 각종 대중문화 사업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흑과 백 사이의 회색 공간이 주를 이루는 현실과 대조적으로 선과 악, 정의와 불의라는 간단명료한 전제하에 적당한 폭력을 수반한 문제 해결 및 결론이 독자들의 대리심리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퍼맨과 흡사한 만화가 쏟아져 나왔고,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C.C. 벡의 ‘캡틴 마블’(Captain Marvel), 그리고 60년대에 ‘팬태스틱 포’(Fantastic Four), ‘헐크’(Hulk), ‘X-맨’(X-man), ‘아이언 맨’(Iron Man), ‘닥터 스트레인지’(Dr. Strange) 등의 캐릭터가 대거 출동하면서 만화 문화는 창작적, 상업적면에서 모두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와 함께 서서히 시작된 움직임이 바로 만화책 수집. 열광 팬이 생겨나고, 그를 충족시키기 위한 부차적인 상품들의 등장에 따라 만화를 둘러싼 다양한 수집 문화가 성행했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만화는 점차적으로 단순한 책이 아니라 캐릭터를 만드는 산업의 바탕이 되었고, 영화나 TV 쪽으로 그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코믹 컨벤션이 생겨난 것도 그 때. 작은 서점, 장난감 가게, 혹은 스페셜티 스토어를 중심으로 매매, 교환되던 수집품을 아예 대형 홀에 모아놓고 마음껏 마케팅하고 매매하고 정보를 교환하도록 만들어준 것.
업계에서 쉽게 관심을 보이자, 차츰 만화에 국한되었던 행사가 공상과학 부문과 장난감, 그리고 90년대 이후에는 비디오게임으로 폭을 넓히게 되었다.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만화 관련 산업은 일종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마블 코믹스사와 같은 대표 회사가 파산 직전에 이를 정도로 슬럼프에 빠졌다. 이 때 전국적으로 무수한 출판사와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그런 만화시장을 다시 일으킨 주역은 다름 아닌 비디오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만화 캐릭터를 영화화하는 추세에 힘입어 캐릭터 산업이 일어나고, 게임과 TV 만화영화를 통해 미국에 진출한 일본 만화가 출판물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으면서 만화 컨벤션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
팬들에게 있어서 이런 컨벤션은 할로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옷과 분장을 할 수 있는 파티이고, 또한 고전 만화책에서부터 최신 게임까지 한 곳에서 모든 정보를 입수하고, 구경하고, 설명 듣고, 구입할 수 있는 기회임에 틀림없다.
만화광이 아니어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한다면, 이번 위저드 월드 로스앤젤레스 행사는 상당히 재미난 구경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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