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래를 보는 눈

2006-03-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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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도심 한 가운데서 사람을 치고 도망을 갔다. 눈 깜짝할 사이 페달을 밟고 사라진 뺑소니차 뒤에선 매연과 함께 한 소년이 아스팔트위에 나뒹굴었다. 이를 목격한 어느 부부는 소년을 황급히 병원으로 옮기고 응급치료를 받게 했다. 덕분에 소년은 생명을 구했다. 회복도 예상보다 빨랐다. 알고 보니 그 소년은 가족도 집도 절도 없이 거리를 떠도는 가여운 처지라는 사실을 알고 이 들 부부는 정성껏 돌봐주며 점점 그 소년과 정이 들어 갔다.
남편은 주 정부 관리로 경제적 여유도 어느 정도 갖췄고 이미 자식들은 장성해 독립해 나간 상황이라 이들 부부는 이 소년을 입양키로 했다. 집안이 적적하기도 했고 이 소년을 잘 키워 사회에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친자식에게 못다 한 정을 여한 없이 쏟고 싶었다. 심지어는 자기들의 재산 일부도 상속할 생각이었다.
시간이지나 이제 소년은 상처에 싸여있던 붕대도 풀고 완전히 아물 때까지 부인은 소년을 매일 정성껏 병원으로 데리고 다녔다. 이제 부부는 새로운 아들을 얻었고 소년은 새로운 양부모를 만나 승승장구하며 호화롭게 가정을 꾸려 행복할 시절만 남아 있었다. 상처가 거의 나아 병원 출입도 끝날 무렵, 어느 날 부인은 소년을 혼자 병원에 보냈다.
소년은 양어머니가 될 부인이 주는 병원비 32달러 25센트 병원비를 가지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집을 나선 이 소년은 병원 문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이제 병원에 가지 않아도 상처는 다 나을 것이고 손에 쥐어진 돈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많은 돈이라 의사에게 주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병원 앞에서 주춤하던 소년은 곧장 돌아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거리로 도망을 치고 말았다. 고작 32달러 25센트와 자신에게 보장된 행복을 포기해버린 이 소년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라 인디애나주에서 있었던 실화였다.
세상에는 좋은 기회가 주어져도 이렇게 놓치고 마는 일들이 이 소년 뿐 일까?
눈앞에 작은 이득 때문에 양부모의 애정과 인륜에 기대도 저버린 불쌍한 철부지의 이야기가 우리주변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영인으로서는 함께 성공해야할 직원들. 정치인은 철새 정치인이 아니라 소신을 뚜렷하게 하고 정당생활을 하는 의리 있는 정치파트너들의 멋있는 팀워크 삶을 그려본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정치인은 지금쯤 대통령의 자리에 있어도 손색이 없는 실력 있는 원로정치인이 있다. 함께했던 선배는 대통령이 되었고 2인자였던 그는 한 번의 노선 변경으로 정치생명이 회복되지 못하고 지금도 정계를 배회하는 외톨이 원로정치인으로 남아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 떠오른다. 조금만 의리가 있었더라면 조금만 모자랐더라면 하는 미련이 못내 나를 아쉽게 한다. 누구나 직원을 모집할 때 이력서라는 것을 받는다. 내 경우 이 사람이 몇 번을 직장을 옮겼고 번복을 했는지 그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감정도 중요하지만 이성이 더 중요하고 한번 정해지면 그것이 싫든 좋든 따르는 것이 옛 선비들의 기질이고 조직에서 말하는 의리이고 그 수없이 변했던 그 사람은 또 변할 수 밖에 없다는 불안한 진리 때문 일 것이다.
실력은 수학에서 적용되고 암기력의 차이일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최고라 하지 않던가. 믿고 후배를 키울 수 있는 사회 형성이 곧 발전의 근본 이겠기에 눈앞에 동전 몇 닢 보다는 미래를 보는 해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남문기
<뉴스타 부동산 대표>
(213)999-4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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